[안전보건관리체계 ①] 중대재해처벌법, 왜 만들어졌나? — 입법배경 4가지와 실형 판례
사람과안전
2026년 04월 03일
- ① 중대재해처벌법, 왜 만들어졌나? ← 현재 글
- ② 중대재해란? 법적 정의와 판단 기준
- ③ 우리 회사도 해당될까? 적용 대상과 경영책임자 의무
- ④ “실질적 지배”란? 판례와 처벌 규정
- 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어디서부터?
- ⑥ 전담조직 설치와 유해위험요인 점검
- ⑦ 안전보건 예산 편성
- ⑧ 안전보건관리 책임자·관리감독자 역할
- ⑨ 안전보건관계자 배치 의무
- ⑩ 종사자 의견청취와 산안위·협의체
- ⑪ 비상시 조치 매뉴얼과 작업중지권
- ⑫ 도급·용역·위탁 안전보건 의무
- ⑬ 반기별 점검·평가 체크리스트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습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산업재해 사망을 충분히 줄이지 못했다는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탄생한 법입니다. 이 글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그 배경이 된 4가지 사회적 흐름과 주요 판례를 정리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이 있습니다. 2022년 3월, 국내 대형 제철·제강회사인 H제강에서 발생한 사고입니다.
제철소 고로 주변의 방열판에는 각종 슬러지가 쌓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제거 작업이 필요합니다. 원청은 이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겼고, 하청 근로자가 크레인과 섬유벨트를 이용해 방열판을 인양하던 중 섬유벨트가 끊어지면서 방열판이 근로자를 덮쳤습니다. 과다출혈로 병원 이송 중 사망했습니다.
판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경영책임자에게 실형 1년이 선고되고 법정구속된 최초 사례입니다(대법원 확정). 집행유예 없이 바로 구속됐습니다. 이전에도 같은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전력이 있었고, 중량물 인양 시 필수인 작업계획서를 원청·하청 모두 작성하지 않았던 것이 핵심 위반 사항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기존 안전보건 활동의 실효성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 섬유벨트의 손상 여부는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위험요인입니다
- 위험성평가, TBM(작업 전 안전점검), 순회점검, 합동점검 등 여러 단계의 점검 체계에서 사전에 발견될 수 있었습니다
- 안전관리자·관리감독자의 일상 점검에서도 확인 가능한 사항이었습니다
- 여러 점검 체계를 갖추고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형식적으로 구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이행되고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례이기도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것은 서류상의 체계가 아니라, 작동하는 체계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의 첫 번째 배경은 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수준의 사고사망률입니다.
국가 간 비교에는 사망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 수)을 사용합니다. 인구 규모가 다른 국가들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 위해서입니다.
| 지표 | 한국 | 영국 |
|---|---|---|
| 사고사망만인율 (2022년) | 0.43 | 0.08 |

한국과 영국은 국토 면적과 인구가 비슷한 조건인데, 사고사망률은 약 5배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중대재해의 약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안전보건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중대재해처벌법 탄생의 첫 번째 동력이었습니다.
중대재해 사망사고의 상당수가 하청·협력업체 근로자에게서 발생해 왔습니다. 원청이 위험 작업을 외주화하면서 안전관리 체계가 분절되는 구조적 문제가 지적돼 왔습니다.
아래는 사회적 논의의 계기가 된 주요 사건들입니다.

냉동창고 신축 현장에서 우레탄폼 작업, 도장 작업, 배관 작업을 소속이 다른 여러 협력업체가 좁은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하다 화재·폭발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혼재작업의 위험성을 사회에 각인시켰고,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도급 시 혼재작업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강화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 공간에서 여러 업체가 동시에 작업할 때, 서로 어떤 작업을 하는지 파악하고 조율하는 체계가 없었던 것이 근본 원인이었습니다.
19세 비정규직 근로자가 스크린도어 수리를 위해 2인 1조 원칙 없이 혼자 작업하다 열차에 끼여 사망했습니다. 위험 작업임에도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 배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사회적 공분을 샀습니다.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가 석탄 운송 컨베이어 정비 중 혼자 작업하다 협착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위험 업무의 외주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됐고,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일명 ‘김용균법’)이 이루어졌습니다.
대형 건설사 아파트 공사에서 콘크리트 압축강도가 충분히 확보되기 전에 동바리를 제거하다 상층이 연쇄 붕괴했습니다. 공사 일정에 쫓겨 안전 절차를 생략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었습니다.
이처럼 도급·하도급 구조에서 발생하는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명시했습니다. 하청 근로자라 하더라도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장소에서 일한다면,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의무가 있다는 것이 이 법의 핵심입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체계에서는 산업재해 발생 시 주로 현장 관리자(현장소장, 관리감독자 등)가 처벌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안전보건에 대한 인력·예산 배정,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같은 근본적 의사결정은 현장 관리자가 아닌 경영책임자의 권한입니다.
| 구분 | 산업안전보건법 | 중대재해처벌법 |
|---|---|---|
| 사망 시 처벌 | 7년 이하 징역 | 1년 이상 징역 |
| 주요 처벌 대상 | 현장 관리자 중심 | 경영책임자(사업주, 대표이사) |
| 법인 벌금 | 1억 원 이하 | 50억 원 이하 |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러한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기 위해, 경영책임자가 직접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이행, 재해 재발방지 대책 수립, 관계 법령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 이 모든 것이 경영책임자의 의무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생명도 보호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원료·제조물, 공중교통수단, 공중이용시설과 관련된 대규모 사망 사고가 반복되면서입니다.
| 사건 | 연도 | 피해 규모 | 관련 유형 |
|---|---|---|---|
|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 1994~2011 | 사망 1,700여 명+, 피해신고 8,000명+ | 원료·제조물 |
| 세월호 침몰 사고 | 2014 | 사망 299명, 실종 5명 | 공중교통수단 |
| 이태원 압사 사고 | 2022 | 사망 159명, 부상 196명 | 공중이용시설 |

가습기 살균제는 제조물의 안전성 문제, 세월호는 대중교통수단의 안전관리 부실, 이태원 압사는 공중이용시설의 안전관리 공백에서 비롯된 참사였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을 계기로,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중대시민재해 예방 의무가 별도 파트로 포함됐습니다. 공중이용시설을 관리하는 지자체, 제조물을 생산하는 기업 등도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하나의 원인이 아니라 4가지 사회적 흐름이 겹쳐 탄생했습니다.
OECD 국가 중 높은 수준의 사고사망률
도급·하도급 구조에서 반복되는 하청 근로자 사망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와 책임 강화 필요성
시민의 생명을 앗아간 대형 참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이 법이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서류 구비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중대재해란 무엇인가?” — 법에서 정의하는 중대재해의 기준과 산업재해·시민재해의 구별을 정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