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다발이 들어와 상자로 나가기까지 — 도서 물류센터 일곱 공정을 걸으며 본 근골격계 부담
끈으로 묶인 책 다발을 바닥에서 들어 올린 작업자가 몸을 렉 안쪽으로 밀어 넣습니다. 팔꿈치는 어깨보다 높이 올라가 있고, 다발은 보기보다 무겁습니다. 인수 공정에서 본 장면입니다. 이 물류센터의 근골격계 유해요인 정기조사는 3년 주기가 돌아와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고객사와 협의해 부서 단위가 아니라 책이 움직이는 순서대로 조사 대상을 골랐고, 책이 들어와 서가에 꽂히고, 주문에 맞춰 다시 뽑혀 상자에 담겨 나가는 길을 그대로 따라 걸었습니다.

걷기 전에공정 순서로 보고, 공정마다 다른 도구를 쓴 이유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57조에 따라 근골격계부담작업이 있는 사업장이 3년마다 해야 하는 조사입니다. 무엇이 부담작업인지는 고용노동부 고시 제2020-12호가, 조사 방법은 KOSHA GUIDE H-9-2018이 기준이 됩니다. 조사는 두 갈래로 진행했습니다. 전 직원 온라인 증상 설문으로 몸의 어느 부위가 언제 아픈지를 넓게 보고, 현장에서는 공정마다 대표 작업자 한 명을 정해 깊게 봤습니다.
현장에서는 먼저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작업 높이와 거리를 직접 잰 다음, 조사자 세 명이 작업자 한 명과 마주 앉아 작업량이 언제 늘고 주는지, 어디가 불편한지를 들었습니다. 평가 도구는 공정의 성격에 맞춰 골랐습니다. 온몸을 쓰며 책을 옮기는 공정은 REBA, 손과 팔을 주로 쓰는 포장은 RULA, 같은 상자를 반복해 들어 올리는 공정은 NIOSH 들기 공식(NLE)으로 따졌습니다. 같은 물류센터 안에서도 몸을 쓰는 방식이 공정마다 달랐기 때문입니다.
공정 1 · 인수렉 칸에 밀어 넣는 다발은 혼자 들기엔 무겁다
출판사와 도매상에서 온 책은 같은 책 여러 권을 끈으로 묶은 다발로 들어옵니다. 다발 하나가 10~25kg에 이르는데, 이것을 들어 팔레트에 올리고 다시 렉 칸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렉 칸이 높으면 팔꿈치가 어깨 위로 올라가고, 다발을 끝까지 밀려면 손목도 꺾입니다. 다발을 풀고 남은 끈이 바닥에 쌓이면 지나다니다 발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공정 2 · 입고네 칸짜리 책장의 맨 위와 맨 아래가 부담을 만든다
입고는 들어온 책을 한 권씩 스캔하거나 다발째 재고로 올리는 일입니다. 작업자는 4.5kg이 넘는 책 더미를 1분에 두 번 넘게 들어 바퀴 달린 책장에 얹었습니다. 책장은 네 칸인데, 맨 위 칸에 올릴 때는 팔이 몸에서 멀어지고 맨 아래 칸에 넣을 때는 허리가 접힙니다. 책장 자체도 크고 무거워서 작업자 혼자 밀고 다니기 버거워 보였습니다. 다발을 묶은 끈은 가위로 잘랐습니다. 손가락 끝으로 집어 자르는 동작이 하루 종일 되풀이되면 엄지 쪽 힘줄염, 손목터널 증후군, 방아쇠 손가락 같은 손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책장 바퀴에 발가락이 끼일 수 있어 안전화를, 책 먼지와 걸림을 막을 수 있는 작업 조끼나 앞치마·토시를 함께 권했습니다.
공정 3 · 입책손잡이 없는 수레, 하루 종일 쥐고 있는 스캐너
입책은 입고된 책을 정해진 서가 자리에 꽂는 일입니다. 책을 실은 수레에는 따로 손잡이가 없어서, 손목을 꺾은 채 힘을 주어 끌어야 했습니다. 서가 앞에서는 한 손에 스캐너를 쥔 채 다른 손으로 책을 꽂았고, 높은 칸에 손이 닿지 않으면 근처의 플라스틱 상자를 밟고 올라섰습니다. 발판이 있었지만 통로가 좁아 펼쳐 둘 자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공정 4 · 집책책 한 권을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는 진짜 이유는 통로 폭이었다
집책은 비슷한 주문을 묶은 회차별로 서가를 돌며 책을 뽑아 오는 일입니다. 작업자는 뽑은 책을 한쪽 팔에 낀 채 다른 손 손가락으로 다음 책을 집었습니다. 한 팔이 묶여 있으니 높은 칸에선 어깨를 들어 뻗고, 낮은 칸에선 쪼그려 앉았습니다. 대차를 끌고 들어가면 한 팔이 자유로워질 텐데, 그러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서가 사이가 좁고 바닥에 책이 놓여 있어 대차를 끌고 다니는 편이 오히려 비효율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서가 사이 간격을 무작위로 골라 재 보았습니다. 75~103cm였습니다.
서가 통로 폭을 정한 법령이나 지침은 없습니다. 다만 공공도서관 건립·운영 매뉴얼은 사서만 드나드는 서고에 900~1,100mm, 이용자가 직접 책을 고르는 서가에 1,100~1,800mm를 권합니다. 크기와 부피가 제각각인 책을 하루 종일 넣고 빼는 물류 서가라면 적어도 대차가 지나갈 폭은 확보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공정 5 · 조합상자에 담는 무게를 정하지 않으면 다른 대책은 따라가지 못한다
조합은 집책한 책을 회차별로 한데 모으는 일입니다. 책이 담긴 플라스틱 상자 하나가 10~25kg이었고, 이것을 하루에 25회 넘게 들어 올렸습니다. 하루 70~80대의 빈 대차를 밀어 모으는 일도 이 공정의 몫이었습니다. 15kg 상자를 기준으로 NIOSH 들기 공식을 적용해 보니, 이 자세와 빈도에서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권장 무게 한계를 크게 넘었습니다.

공정 6 · 분류아홉 단 렉의 맨 위와 맨 아래는 비워 두는 편이 낫다
분류는 회차별로 모인 책을 고객 한 명 한 명의 몫으로 나누는 일입니다. 여기서도 무거운 상자를 들었고, 나눈 책은 아홉~열 단짜리 렉에 꽂았습니다. 맨 위 칸에 넣을 때는 팔꿈치가 어깨 위로, 맨 아래 칸에 넣을 때는 무릎이 접혔습니다.


공정 7 · 포장한쪽에만 있는 레일이 허리를 한 방향으로만 돌린다
포장은 고객별로 나눈 책을 상자에 담고 테이프를 감는 일입니다. 테이프를 감는 손목 동작이 하루 내내 반복되고, 선반의 포장 상자를 꺼낼 때마다 어깨를 뻗어야 했습니다. 눈에 덜 띄지만 중요한 것은 작업대 배치였습니다. 상자가 흘러가는 레일이 작업대 한쪽에만 있어서, 작업자는 하루 종일 허리를 같은 쪽으로만 돌리고 있었습니다.

걷고 나서일곱 공정을 한 장으로 정리하면
| 공정 | 몸에 걸리는 부담 | 바로 바꿀 것 | 시간을 두고 바꿀 것 |
|---|---|---|---|
| 인수 | 무거운 다발을 어깨 위 렉 칸에 넣기, 바닥 끈 | 두 사람 작업, 끈 보관통·청소 | 미니 스태커·입는 로봇 검토 |
| 입고 | 책 더미 반복 들기, 책장 맨 위·아래 칸, 가위질 | 위·아래 칸 막기, 끈 커터, 핸디 스캐너 | 세 칸 책장·북카트, 입좌식 의자·매트 |
| 입책 | 손잡이 없는 수레, 스캐너 쥐기, 상자 밟기 | 손잡이 달기, 접이식 발판 | 이동식 렉, 목걸이·장갑형 스캐너 |
| 집책 | 한 팔에 책을 낀 채 뻗기·쪼그리기 | 통로 바닥 정리 | 대차가 다닐 폭으로 서가 재배치 |
| 조합 | 무거운 상자를 하루 수십 번 들기 | 상자 무게 상한, 쌓는 높이, 회복 시간 | 리프트·스태커 |
| 분류 | 상자 들기, 아홉 단 렉 위·아래 | 칸 막기·표시 | 무게 기준 통일 |
| 포장 | 손목 반복, 높은 선반, 한 방향 허리 회전 | 좌우 자리 교대 | 자동 포장기 |
정리해 보면 대책의 성격이 두 갈래로 나뉩니다. 칸을 막고, 손잡이를 달고, 자리를 바꾸는 일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다음 날부터 할 수 있습니다. 서가 간격이나 포장 자동화처럼 공간과 설비를 건드리는 일은 시간이 걸립니다. 우리는 앞의 것을 먼저 해서 부담을 눈에 띄게 줄이고, 뒤의 것은 다음 설비 계획에 넣도록 권했습니다.
공정 밖에서사람의 배치와 하루의 리듬으로 줄이는 부담
- 순환 근무 — 같은 동작을 오래 하면 특정 부위에 부담이 쌓입니다. 3·6·12개월 단위로 보직을 돌리되, 한꺼번에 바꾸면 업무가 흔들리므로 한 달쯤 간격을 두고 차례로 바꾸도록 했습니다. 전체 적용이 어렵다면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부터 옮겨 줍니다.
- 작업 전 체조 — 일을 시작할 때와 오전·오후 휴식 뒤에 안내 방송과 음악을 틀고 관리감독자가 앞에서 함께 하는 방식입니다. 야간조도 똑같이 합니다.
- 나이를 고려한 운반 무게 — 시간당 세 번 넘게 드는 계속 작업이라면 36~50세 여성은 8kg, 51세 이상 여성은 5kg이 허용 권장 기준입니다. 작업 배치와 다발·상자 무게를 정할 때 이 기준을 참고하도록 했습니다.
- 보호구와 작업복 — 미끄럼 방지 신발, 손목·팔목 보호대, 작업에 맞는 작업복을 지급 범위 안에서 검토하도록 했습니다.
- 산업재해 교육 — 예방 교육과 함께 업무상 질병이 생겼을 때의 산재보상보험 절차도 정기적으로 안내하도록 했습니다.
멀리 보면자동화는 언젠가의 답, 그 전까지의 답은 위의 표
같은 업계의 큰 물류센터들은 책이 도착하면 분류하고, 자동 적재 서가에서 꺼내고, 컨베이어로 옮기고, 스캔으로 나누고, 자동 포장기로 싸서 로봇이 상자에 담는 흐름을 갖춰 가고 있습니다. 이 물류센터도 길게 보면 자동화를 검토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설비 투자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그 사이에도 작업자는 매일 책 다발을 듭니다. 이번 조사의 결론이 표의 왼쪽 칸, 곧 내일부터 할 수 있는 일에 무게를 둔 이유입니다.
물류센터 담당자에게다음 정기조사 전에 확인해 볼 세 가지
- 상자 하나의 무게 상한이 정해져 있는가 — 무게가 정해지지 않으면 보조 장비도, 두 사람 작업 원칙도 기준을 잃습니다.
- 렉과 책장의 맨 위·맨 아래 칸을 쓰고 있는가 — 가장 값싸게 자세를 바꿀 수 있는 지점입니다.
- 대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통로가 있는가 — 작업자가 몸으로 버티는 동작의 상당수는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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