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대장 열 칸, 무엇을 묻고 어디서 어긋나나 — 고층 오피스 실내 공사, 기본·설계 두 대장의 항목별 작성기
안전보건대장은 서식이 정해져 있어서, 칸을 다 채우면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칸마다 실제로 묻는 것이 무엇인지 놓치면 대장은 두꺼워지기만 하고 설계자와 시공자에게 아무것도 넘겨주지 못합니다. 2022년 우리는 도심의 한 고층 업무용 빌딩에서 여러 층을 새 업무 공간으로 꾸미는 대형 실내 공사를 맡아, 발주자의 기본대장과 설계자의 설계대장을 함께 썼습니다. 굴착도 골조도 없는 공사라 서식의 칸 하나하나를 이 공사에 맞게 다시 읽어야 했습니다. 그때 정리한 내용을 칸 단위로 옮깁니다.
먼저세 대장은 이어 쓰는 문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에 따르면, 규모가 큰 건설공사를 맡기는 건설공사발주자는 계획에서 설계, 시공으로 넘어갈 때마다 대장을 하나씩 갖춰야 합니다. 대상은 시행령이 정한 총공사금액(50억 원 이상)으로 가르며, 공사가 실내 마감이라는 이유만으로 빠지지 않습니다. 이번 공사도 벽체·천장·바닥·가구와 위생·소방·공조·전기 설비가 중심이었지만, 여러 층에 걸쳐 규모가 기준을 넉넉히 넘었습니다.
아래 열 칸은 이 흐름에서 ‘넘기는 것’과 ‘돌려받는 것’이 실제로 담기는 자리입니다. 앞의 여섯 칸은 기본대장, 뒤의 네 칸은 설계대장의 것입니다.
기본대장발주자가 설계자에게 넘기는 여섯 칸
현장 제반 정보 — 도로, 인접 건물, 지하매설물
무엇을 묻나공사가 주변에 미치는 영향과 주변이 공사에 미치는 영향.
흔한 오해실내 공사니 전부 ‘해당 없음’으로 비워 두면 된다는 생각. 칸은 비지만, 실내 공사에서 실제로 위험을 만드는 여건도 함께 사라집니다.
이번 대장에서는도로·인접 건물·매설물의 영향이 없다는 판단과 이유를 적고, 그 자리에 자재가 지하주차장과 지정된 승강기로만 드나든다는 점을 여건으로 올렸습니다. 땅을 파지 않는 공사의 현장 여건은 땅이 아니라 자재와 사람이 움직이는 길에 있습니다.
공사금액·공사기간의 적정성
무엇을 묻나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돈과 시간이 처음부터 확보되었는가.
흔한 오해금액과 기간은 계약 부서의 일이고 안전 문서와는 상관없다는 생각.
이번 대장에서는공사금액은 원가 산정 근거와 유사 공사 실적으로 따지되, 안전보건관리비 항목으로 처리할 수 없는 안전 시설(작업발판 등)과 위험 감소 대책은 공사비 내역에 별도로 잡으라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공사기간은 준비 기간, 공휴일과 기상으로 일하지 못하는 날, 실제 작업일, 정리 기간을 나눠 산정하라는 조건을 설계자 몫으로 넘겼습니다.
공종별 유해·위험과 설계조건
무엇을 묻나이 공사의 위험 목록, 그리고 위험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줄일지.
흔한 오해위험을 많이 적을수록 좋은 대장이라는 생각. 관리 주체를 표시하지 않으면 목록은 길어도 설계자가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번 대장에서는가설 전기와 안전 가시설부터 양중, 조적·미장, 도장, 석재·타일과 금속, 창호·유리, 수장, 기계 설비, 전기 설비까지 공종별로 156개 항목을 적고, 항목마다 설계자와 시공자 중 누가 줄일지, 설비·구조로 막을지 절차·교육으로 막을지를 표시했습니다. 표시해 보면 시공자 몫이 훨씬 많습니다. 감전, 용접 불티, 절단기와 둥근톱처럼 작업 현장에서만 다룰 수 있는 위험이 많기 때문입니다. 설계자 몫을 정확히 좁혀 주는 것도 이 칸의 일입니다.
과업지시서·입찰설명서에 넣을 내용
무엇을 묻나대장의 내용을 계약 문서로 옮길 문구.
흔한 오해대장을 만들어 두면 설계자와 시공자가 알아서 따른다는 생각. 계약에 없는 의무는 현장에서 협상거리가 됩니다.
이번 대장에서는설계 발주 문서에는 기본대장의 위험을 반영해 설계대장을 작성하고 높은 등급의 위험은 설계 성과물에 넣으라는 조항과 함께, 설계자가 지킬 기준을 적었습니다. 시공 방법에서 생기는 위험을 피하도록 설계할 것, 가설 비계의 설치와 해체를 고려할 것, 위험한 현장 작업을 줄이도록 공장에서 만들어 들여오는 자재를 검토할 것, 같은 공간에서 공정이 부딪치지 않게 할 것, 완공 뒤 유지관리 통로와 반입구를 생각할 것, 석면이 든 자재를 쓰지 않을 것. 공사 발주 문서에는 공사대장 작성, 정기적인 이행 확인, 위험이 급할 때 작업을 멈추게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을 넣도록 했습니다.
설계자·시공자의 안전보건 역량 평가
무엇을 묻나사람을 고르는 단계에서 안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흔한 오해가격과 실적만으로 고르고, 안전은 계약 뒤에 관리하면 된다는 생각.
이번 대장에서는발주자가 고를 수 있는 방법을 예시로 늘어놓았습니다. 설계사는 안전 설계 계획서, 자체 안전보건 체계, 참여 인력의 건설안전 자격과 교육 이수를 보고, 시공사는 기존 안전 평가 결과, 유해·위험 방지 계획의 충실도, 업계 평균과 비교한 재해율, 최근 안전사고로 받은 영업정지나 입찰 제한 이력을 보는 방식입니다. 어떤 방식을 쓸지는 발주자가 공사 규모에 맞게 미리 정하도록 했습니다.
작성 참여자, 발주자 확인, 변경 이력
무엇을 묻나이 대장이 누구의 판단이고, 언제 무엇이 바뀌었는가.
흔한 오해마지막 장의 서명 칸 정도로 여기는 생각. 이 공사처럼 설계를 맡은 회사가 대장 작성을 의뢰한 경우에는 특히 발주자의 자리가 흐려지기 쉽습니다.
이번 대장에서는기본대장의 법적 주인은 발주자라는 점을 분명히 해, 발주자 측 작성 관여자와 확인란, 변경 이력 칸을 두고 우리는 외부 전문가로 작성에 참여한 사람으로 적었습니다. 설계대장은 설계자가 작성자, 발주자가 확인자, 외부 전문가가 적정성 확인자로 자리를 나눴습니다. 부록에는 시공 중 이행 확인 때 쓸 결과 보고서 서식을 미리 붙여, 확인 회차가 바뀌어도 같은 틀로 비교할 수 있게 했습니다.
설계대장설계자가 돌려주는 네 칸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과 공사기간 산출서
무엇을 묻나기본대장이 건 돈과 시간의 조건을 설계자가 숫자로 증명했는가.
흔한 오해안전보건관리비는 시공사가 알아서 잡는 돈이라는 생각.
이번 대장에서는공사 종류에 맞는 법정 요율로 계상한 내역과 사용 기준을 대장에 붙였습니다. 공사기간은 국토교통부가 공공 공사용으로 정한 공기 산정 기준의 틀을 빌려 계산하게 했습니다. 민간 공사라 그 기준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지만, 무리한 공기를 숫자로 따져 볼 수 있는 가장 익숙한 틀이기 때문입니다.
유사 공사 사고 사례와 위험성 평가기준
무엇을 묻나위험 목록을 무엇으로 보강했고, 위험의 크기를 어떤 잣대로 매겼는가.
흔한 오해기본대장의 목록을 그대로 옮겨 점수만 붙이면 된다는 생각.
이번 대장에서는전기 작업, 이동식 비계, 개구부, 가스 절단, 고소작업대처럼 이 공사와 겹치는 작업에서 난 사고 사례 19건을 먼저 분석해 설계 단계에서 반영할 점을 뽑았습니다. 그다음 발생 가능성과 중대성을 각각 네 단계로 나눠 곱했고, 점수가 8 이상이면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험, 4에서 6 사이는 조건을 달아 받아들이는 위험, 3 이하는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으로 나눴습니다.
설계 반영 여부와 남은 위험
무엇을 묻나높은 등급의 위험이 실제로 설계 성과물에 들어갔는가, 그래도 남은 것은 무엇인가.
흔한 오해등급을 매긴 표로 설계대장이 끝난다는 생각. 표만 있고 시공자에게 넘길 목록이 없으면 다음 단계는 다시 백지에서 시작합니다.
이번 대장에서는받아들일 수 없는 등급은 현장 작업자의 조심성에 기대지 않고 도면·시방서·내역서에 대책을 넣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조건부 등급은 설계자가 판단해 대책을 고르게 했습니다. 대책을 적용한 뒤의 위험을 다시 매기는 칸을 두었고, 비계가 필요한 구간은 설계 도면에 미리 표시했습니다. 끝까지 남는 위험은 24개로 추려 공사 중 확인할 내용과 짝지었습니다. A형 사다리 대신 고소작업대 쓰기, 덮개 없는 절단기의 반입 금지, 밀폐된 곳에서 하는 용접 전의 환기와 특별교육 같은 것들입니다.
대상이 아닌 제도 — 조정자, 계획서, 기술지도
무엇을 묻나안전보건조정자 배치, 유해위험방지계획서, 건설재해예방 전문지도기관의 기술지도가 이 공사에 해당하는가.
흔한 오해해당하지 않으면 적을 필요도 없다는 생각. 결론만 있고 근거가 없으면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같은 질문이 처음부터 다시 나옵니다.
이번 대장에서는세 제도와 건설기술 진흥법의 안전관리계획서까지 모두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각각 근거 조문과 이유를 적었습니다. 다만 이 판단은 공사의 성격과 발주 방식에 기대고 있습니다. 구조체에 손대는 작업이 섞이거나, 설비·전기 공사를 별도 계약으로 돌려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진행하게 되면 다시 따져야 한다는 점을 함께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사람과안전의 분석).
칸과 칸 사이두 대장이 같은 번호를 쓰게 한 이유
열 칸 가운데 가장 품이 든 일은 칸 하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03번 칸과 09번 칸을 맞추는 일이었습니다. 최종본을 다듬으며 기본대장의 공종별 설계조건을 설계대장의 위험성평가 목록과 같은 항목·같은 순서로 일치시켰습니다. 발주자가 넘긴 156개 항목이 설계대장에서도 같은 번호로 등장해야, 설계자가 무엇을 반영했고 무엇을 시공자에게 넘겼는지를 한 줄씩 대조할 수 있습니다. 두 대장이 각자 다른 목록을 쓰면 확인은 감으로 하게 됩니다.
실내 공사의 위험은 높이, 좁은 동선, 화기에서 대부분 나옵니다. 그 셋은 모두 계획과 설계 단계에서 크기가 정해집니다. 안전보건대장의 칸들은 그 시점을 붙잡아 두는 장치이고, 칸을 제대로 읽는 것이 곧 그 장치를 제대로 쓰는 방법입니다.
관련 서비스 — 건설공사발주자 안전보건대장 작성·이행 확인 서비스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