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도 크레인도 없는 공사에서 발주자의 안전보건대장은 무엇을 적어야 하나 — 운영 중인 건물 안 병원 시설 공사
2026년 가을, 한 대형 종합병원의 안전관리 부서에서 의뢰가 왔습니다. 도심의 고층 업무용 건물 한 층 전체를 영상의학과와 건강검진 시설로 바꾸는 공사가 막 시작되었는데, 총공사금액이 50억 원을 넘어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의 안전보건대장을 갖춰야 하는 공사였습니다. 골조도 굴착도 타워크레인도 없는 실내 공사입니다. 그 대신 위층과 아래층에는 다른 입주사가 그대로 일하고 있고, 시공사 세 곳이 한 층의 천장 속에서 동시에 움직이며, 방사선을 막는 납판과 의료용 산소 배관이 들어갑니다. 병원은 발주자로서 기본안전보건대장과 설계안전보건대장을 이 공사에 맞게 새로 써 달라고 의뢰했습니다.
신축 공사를 전제로 만든 서식과 예시 목록으로, 운영 중인 건물 안의 실내 공사를 맡은 발주자는 안전보건대장에 무엇을 적어야 하는가.
고용노동부 「건설공사발주자의 산업안전보건 업무 가이드북」(2024년 10월)은 기본안전보건대장에 넣을 주요 유해·위험요인 18종을 예시로 듭니다. 지붕, 철골, 거푸집·동바리, 굴착기, 흙막이, 타워크레인, 항타기처럼 골조와 토공 현장을 전제로 한 항목이 많습니다. 이 목록을 실내 공사 대장에 옮겨 적으면 서식은 빈칸 없이 채워지지만, 골조·토공 항목은 이 현장에 없는 작업이 되고, 정작 이 현장에만 있는 위험은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가이드북 스스로도 예시는 공사의 내용과 특징에 맞게 더하고 바꾸라고 안내합니다. 그래서 이번 과업은 있던 대장을 손보는 대신 두 대장을 처음부터 다시 쓰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1 · 법령이 말하는 것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가 발주자에게 요구하는 세 장의 대장
제67조 제1항은 대상 공사의 발주자에게 공사 단계마다 다른 문서를 요구합니다. 시행령 제55조에 따라 총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인 공사가 대상이고, 서식은 「건설공사 안전보건대장의 작성 등에 관한 고시」 별지에 있습니다.
제2항은 세 대장의 내용이 적정한지 시행령 제55조의2가 정한 안전보건 분야 전문가에게 확인받도록 합니다. 건설안전 분야 산업안전지도사, 건설안전기술사, 실무 3년 이상의 건설안전기사, 실무 5년 이상의 건설안전산업기사입니다. 대장을 쓰지 않거나 설계자·시공사에 넘기지 않거나 확인을 받지 않으면 발주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가이드북은 대장 작성과 적정성 확인에 드는 비용을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집행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번 용역 대가도 일반 예산으로 처리하도록 계약에 적었습니다.
기본대장 서식에는 발주자 의무를 확인하는 장이 따로 있습니다. 대장 작성(제67조) 외에 안전보건조정자 선임(제68조), 공사기간 단축·공법 변경 금지(제69조), 공사기간 연장(제70조), 설계변경 요청 수용(제71조),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제72조), 재해예방 기술지도 계약(제73조)까지 모두 일곱 가지입니다. 서식에 조문을 옮겨 적는 데서 멈추면 발주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으므로, 일곱 가지 모두 이 공사에 대입해 적었습니다(3절 끝).
2 · 판단 기준예시 목록 대신 네 가지 질문으로 중점 관리 위험을 골랐다
후보가 되는 위험요인마다 같은 순서로 네 가지를 물었습니다. 앞의 두 질문은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더할지, 뒤의 두 질문은 그 위험을 누가 정해야 하는지를 가립니다.
판단의 재료는 발주자가 준 공사개요, 층 도면과 투시도, 시공사 공정표, 실내건축 내역서, 설계자가 먼저 작성해 둔 설계대장이었습니다. 계약상 현장 조사는 과업에 들어 있지 않았으므로, 위험의 위치와 시기는 도면과 공정표로 특정했습니다. 작성은 산업안전지도사(건설안전)와 산업안전기사가 맡았습니다.
3 · 이 공사에 대 보면지운 11가지, 남기거나 더한 14가지, 그리고 발주자 의무 7가지
지운 것 — 없는 작업은 이유와 함께 지운다
남기거나 더한 것 — 중점 관리 유해·위험요인 14개
항목마다 해당 공정과 시기를 공정표에서 찾아 붙이고, 감소방안은 일반 수칙이 아니라 발주자가 설계자와 시공사에 요구하는 조건으로 썼습니다. 표는 14개를 성격별로 묶어 요지만 옮긴 것입니다.
| 묶음 | 대장에 올린 위험 | 발주자가 요구한 조건 (요지) |
|---|---|---|
| 높은 곳 | A형 사다리, 이동식비계·말비계, 고소작업대 | 사다리는 오르내리는 통로로 쓰는 것이 원칙이고 발판으로 쓸 때는 대체 장비부터 검토(안전보건규칙 제42조 제4항). 천장이 높은 대기실·복도는 고소작업대 투입 구간을 작업계획서에서 따로 표시 |
| 건물 밖 부속 작업 | 옥상 실외기 기초·방수, 지하 기계실 작업 | 옥상 진입 경로와 건물 관리주체의 출입 승인 절차를 작업계획서에 명시, 단부 안전난간 또는 안전대 부착설비 |
| 반입·양중 | 승강기 두 대로 올리는 중량 장비·장척 자재 | 세 시공사의 반입 일정표를 받아 양중 시간대가 겹치지 않게 조정하고, 입주자 이용 시간과 분리 |
| 철거 | 천장·바닥·벽체 철거, 슬래브·벽체 타공 | 철거 전 석면조사 결과를 발주자가 시공사에 제공(산업안전보건법 제119조), 타공 전 매설 배관·전선 위치 확인과 전원 차단 |
| 화재 | 용접·절단 화기작업, 소방설비를 잠시 멈추는 기간 | 화기작업 허가와 화재감시자 배치. 소방설비 정지 범위와 기간은 건물 관리주체·소방안전관리자와 미리 협의하고, 정지일과 복구일을 공정표에 표시하게 하며 그 기간의 야간 순찰을 확인 |
| 전기 | 기존 수배전반 연계, 임시전력 | 차단·잠금·표지·검전 순서의 정전 작업을 원칙으로, 건물의 전기설비를 고치는 작업에는 전기안전관리자가 입회 |
| 유해물질 | 도장·방수·접착제의 유기용제와 분진, 차폐용 납 | 유기용제를 많이 쓰는 공정의 일정과 환기 계획 제출, 납판은 열을 쓰는 절단 금지와 전용 보호구, 시공 뒤 차폐 성능 확인 |
| 의료가스 | 산소 배관이 들어가는 치료실 구간 | 화기 금지 구역 지정, 배관·밸브의 기름 접촉 금지, 의료가스 설비 기준 준수를 시공사에 확인 |
| 혼재작업 | 분리발주된 세 공사의 같은 천장 속 동시 시공 | 착공 전날까지 안전보건조정자 선임·통보(제68조), 주 1회 이상 합동 조정회의, 공용 가설·폐자재 관리 책임 주체 확정 |
| 운영 중 건물 공통 | 피난로, 조도, 동절기 난방, 정리정돈 | 공사 구역과 입주자 동선을 가설 칸막이로 분리, 공사 구역 출입자 기초안전보건교육 확인, 응급 상황 연락 체계 공지 |
분리발주된 세 공사(실내건축, 전기·소방, 통신)는 기본대장 하나로 묶어 썼고, 설계자가 같아 설계대장도 하나로 썼습니다. 가이드북이 허용하는 방식이고, 혼재작업을 한 문서 안에서 다루려면 오히려 그래야 했습니다.
설계안전보건대장 — ‘해당 없음’으로 끝내지 않는 칸
별지 제2호 서식은 거푸집·동바리, 가설 흙막이, 비계를 핵심 위험요인으로 따로 묻습니다. 앞의 둘은 철근콘크리트 구조체 공사와 굴착이 없어 해당 없음으로 판정했고, 장비 기초용 작은 거푸집은 유의사항만 적었습니다. 비계는 달랐습니다. 실내 작업용 비계는 구조검토 대상(높이 31m 이상 등)이 아니어서 서식상 비워 둘 여지가 있지만, 이 공사의 떨어짐 위험은 천장 작업용 비계와 사다리에 몰려 있습니다. 그래서 바닥 단차 위 설치, 작업발판 적재하중, 천장 속 설비와의 간섭, 발판 끝단, 자립형 비계의 넘어짐, 고소작업대 끼임까지 유형별 칸을 모두 채웠습니다.
기타 유해·위험요인은 설계자의 초안을 바탕으로 철거·가설, 건축, 기계설비, 전기, 통신, 소방, 공통으로 나눠 32개 행으로 넓혔습니다. 첨부로는 공종별 공사비와 공사기간 내역을 공정표 기준으로 맞춰 넣었고, 서식 의무는 아니지만 층 평면도 위에 9개 안전보건조치 구역(차폐 시공, 산소 배관, 소방설비 정지, 양중 경로, 피난계단 접점, 고소작업 구간, 활선 근접, 화기작업 가공장, 유기용제 집중 구역)을 표시한 그림을 붙였습니다. 위치는 축소 도면 기준의 개략이므로 설계자가 실시도면 번호로 확정하도록 적었습니다.
발주자 의무 일곱 가지를 이 공사에 대입하면
서식은 의무마다 서명란을 두지만, 이 대장은 항목별 확인 표시와 장 끝의 통합 서명으로 구성했습니다. 발주자 대표가 일곱 번 서명하는 대신 한 번 읽고 한 번 서명하도록 하되, 무엇을 확인했는지는 항목마다 남게 하려는 것입니다.
4 · 남는 회색지대기준을 세워도 바로 답이 나오지 않던 네 가지
① 유해위험방지계획서 — 지상 31m가 넘는 건물의 ‘개조’인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42조 제3항은 지상 높이 31m 이상인 건축물의 건설·개조·해체 공사를 유해위험방지계획서 대상으로 듭니다. 이번 공사는 고층 건물 안이지만 한 층의 마감과 설비만 바꾸고 구조체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사람과안전의 분석
‘개조’를 구조 변경이 따르는 리모델링으로 읽어 비해당으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문언만으로는 해석의 여지가 있어, 시공사가 착공 전에 공단에 해당 여부를 서면으로 다시 묻도록 설계대장에 적었습니다. 판단은 하되, 판단이 틀렸을 때 바로잡을 길을 함께 적어 두는 방식입니다.
② 총공사금액은 어느 숫자인가
받은 자료에는 공사 금액이 두 가지로 적혀 있었습니다. 설계대장의 금액은 공종별 공사비 합계와 맞았고, 공사개요의 금액은 부가가치세를 넣은 것이었습니다. 의료장비는 별도로 발주되어 공사 금액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가이드북은 부가가치세와 발주자가 제공하는 자재·설치 가액까지 포함한 합계를 총공사금액으로 봅니다.
사람과안전의 분석
이 공사는 어느 숫자로 보아도 50억 원을 넘어 의무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금액은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과 기술지도 대상 판단의 기준이 되므로, 대장에는 공종별 합계를 쓰고 부가가치세 포함 여부는 도급계약 때 확정해 공사안전보건대장에 적도록 했습니다. 금액이 문서마다 다르면 적정성 확인 단계에서 가장 먼저 걸립니다.
③ 대장을 쓴 사람이 적정성 확인까지 해도 되는가
시행령 제55조의2의 자격만 보면 작성을 맡은 산업안전지도사(건설안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이드북은 확인이 객관적이려면 그 공사와 관계없는 전문가에게 받는 편이 낫다고 권합니다. 그래서 적정성 확인은 과업에서 빼고, 작성자가 아닌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대장과 계약서에 적었습니다. 발주자는 실제로 다른 건설안전 전문가에게 확인을 받았습니다.
사람과안전의 분석
확인 과정에서 나온 의견은 설계대장의 감소방안을 위치와 함께, 설계에 반영된 형태(작업계획도 등)로 더 보여 달라는 방향이었습니다. 작성 대행자는 위험과 조건을 정리할 수 있지만, 그것을 도면에 옮기는 일은 설계자의 몫입니다. 설계대장이 설계자 명의인 이유가 여기에 있고, 대행을 맡을 때 설계자 검토를 일정에 넣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④ 이미 착공한 공사 — 순서가 뒤집혔을 때 대장의 쓸모
법이 그리는 순서는 기본대장, 설계대장, 공사대장입니다. 이번에는 제안과 계약이 공사 첫날에 이루어졌습니다. 두 대장을 동시에 쓰고 계약 다음 날 함께 넘겨, 시공사 세 곳이 그 내용을 곧바로 각자의 공사안전보건대장에 반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람과안전의 분석
설계가 끝난 뒤의 설계대장은 설계를 바꾸는 문서라기보다, 시공사가 지켜야 할 조건과 발주자가 확인할 기준을 정하는 문서가 됩니다. 그래서 감소방안을 ‘무엇을 확인할지’가 드러나는 문장으로 쓰는 데 더 공을 들였습니다. 그래도 순서를 지켰다면 차폐벽 하중이나 실외기 반입 방식 같은 결정은 설계 단계에서 정리될 수 있었습니다. 다음 공사부터는 설계 계약 전에 기본대장을 쓰는 일정을 권합니다.
정리운영 중인 건물에서 실내 공사를 발주한다면 먼저 물어볼 다섯 가지
실내 공사의 위험은 구조물이 아니라 건물과 용도에서 나옵니다. 기본안전보건대장을 쓰기 전에, 또는 받은 대장을 검토할 때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 대장의 중점 관리 항목 가운데 이 공사에 없는 작업이 남아 있지 않은가? 지운 항목에는 지운 이유와 다시 살아날 조건이 적혀 있는가?
- 다른 층이 운영 중이라는 사실이 피난로, 소방설비 정지, 승강기 양중, 건물 전원 항목으로 옮겨져 있는가?
- 납 차폐나 의료가스처럼 이 건물 용도에만 있는 공종이 들어가 있는가?
- 시공사가 혼자 정할 수 없는 일(석면조사 결과, 건물 관리주체 협의, 분리발주 공사 간 조정)이 ‘발주자 확인’으로 따로 적혀 있는가?
- 발주자 의무 일곱 가지가 조문 인용에서 끝나지 않고, 이 공사의 금액·공기·발주 구조에 대입되어 있는가?
관련 서비스 — 건설공사 안전보건(발주자 의무) 서비스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