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권의 매뉴얼이 나오기까지 — 구청 고위험작업 표준 안전작업매뉴얼을 만든 다섯 단계
현장 조사 첫날, 녹지관리 작업자들 앞에서 우리가 처음 꺼낸 것은 매뉴얼 초안이 아니라 질문지였습니다. 누가 지휘하는지, 어떤 장비를 몇 명이 쓰는지, 비가 오거나 더운 날은 일이 어떻게 바뀌는지, 아침 회의는 언제 누가 여는지. 구 단위 지자체가 직접 하거나 업체에 맡기는 고위험 업무 아홉 가지 — 공원·녹지 관리, 숲가꾸기, 재활용 선별, 생활폐기물 수거, 청사 설비, 저수조 청소, 기전시설, 도로 유지보수, 방역소독 — 의 표준 안전작업매뉴얼은 그 질문지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기관은 앞서 안전보건관리체계 점검을 받았고, 그다음 단계로 현장 작업자가 실제로 펼쳐 볼 매뉴얼을 요청했습니다. 이 글은 결과물보다 만드는 과정에서 단계마다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기록합니다.

매뉴얼의 독자를 두 부류로 나눴다
과업 계획서를 쓸 때부터 직영 작업과 도급 작업의 매뉴얼을 따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직영 작업에서 구청은 사업주로서 작업 절차를 정하고, 도급 작업에서는 도급인으로서 무엇을 받아 보고 확인할지를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뉴얼의 독자를 처음부터 둘로 잡았습니다. 직영 매뉴얼의 독자는 작업자와 현장 책임자이고, 도급 매뉴얼의 독자는 업체를 관리하는 발주 부서 담당자입니다.
계획서에는 현장에서 볼 대상을 여섯 갈래로 묶어 적었습니다. 녹지 사후관리, 숲가꾸기, 생활폐기물 수거, 도로 조명 유지보수, 방역, 저수조 청소와 설비 관리입니다. 이 묶음은 현장 조사를 거치며 다시 나뉘게 됩니다.
- 직영용은 작업 개요와 순서, 장비 사용, 보호구, 위험요인과 대책, 작업 전 점검, 긴급 대응, 관련 법령을 담는다.
- 도급용은 수급인의 안전관리 체계, 원·수급인 협력 절차, 수급인의 책임, 순회·합동 점검 기준과 점검표, 교육·훈련, 발주 부서의 관리·감독 기준을 담는다.
같은 질문지를 들고 아홉 개 업무를 돌았다
현장 조사는 닷새 동안 이어졌습니다. 녹지 관리, 재활용 선별장과 생활폐기물 수거, 기전시설·도로·숲가꾸기, 방역, 청사 설비와 저수조 순으로 하루에 업무 하나에서 셋씩 돌았습니다. 담당 공무원과 현장 책임자, 작업자를 면담했고, 도급 업무는 업체 대표와 작업자도 함께 만났습니다. 어떤 날은 오전에 펌프장 현장을 먼저 보고 오후에 면담했고, 저수조는 면담을 마친 뒤 시설을 확인했습니다. 면담은 업무마다 녹취록으로 남겼습니다.
직영이든 도급이든 업무마다 같은 여섯 부분의 질문지를 한 부씩 채웠습니다. 업무가 달라도 같은 칸을 채우게 해야 나중에 아홉 권을 같은 골격에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나누는 단위. 계획서의 여섯 갈래와 달리, 같은 과 안에서도 벌목과 시설 보수, 선별장과 수거 차량처럼 위험이 전혀 다른 일이 섞여 있었습니다. 매뉴얼은 부서가 아니라 업무 단위로 나누어 아홉 권이 되었습니다.
- 현장 책임자의 자리. 현장에서 작업을 지휘하고 아침 회의를 여는 사람이 있었지만, 법상 관리감독자로 지정된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뉴얼 1장의 ‘책임과 권한’에 현장 책임자를 별도 줄로 두고, TBM 주관과 작업중지 판단을 맡는 ‘관리감독자에 준하는 역할’이라고 적었습니다.
- 예정에 없는 작업. 주민 요청으로 갑자기 나가는 작업과 재난 대응이 잦다는 답이 많았습니다. 작업 빈도를 정기와 비정기로 나눠 적고, 급히 나가는 작업도 허가 대상이면 절차를 거치도록 했습니다.
- 날씨. 비와 더위, 바람에 따라 일이 달라진다는 답을 반영해, 보호구 기준에 우천·혹서 같은 조건을 함께 적었습니다.
아홉 권을 같은 세 장에 담았다
초안을 쓰기 전에 골격부터 고정했습니다. 작업자가 다른 부서로 옮겨 가도, 안전 담당이 아홉 권을 한꺼번에 점검해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정보를 찾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1장 개요 — 목적, 적용 장소와 작업, 작업 빈도와 인원, 용어, 책임과 권한, 문서 관리(관리 책임자, 법령·작업 환경이 바뀌면 바로 고친다는 개정 원칙, 교육 자료로 쓰는 방법)
- 2장 안전작업절차서 — 작업 단위마다 보호구와 순서, 위험요인과 대책
- 3장 공통 관리 항목 — 교육·훈련과 자격, 작업허가, 주요 위험성평가 결과, 보호구, 기계·기구 현황과 사용법·점검표, 화학물질, 작업환경, 관리감독자 점검 사항, 비상시 조치
골격은 같아도 2장과 강조점은 업무마다 달라졌습니다.
도급 매뉴얼에는 직영에 없는 절을 하나 더 두었습니다. 수급업체 관리·감독의 중점 사항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급·용역·위탁 때 경영책임자에게 요구하는 확인 사항과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의무를 점검표로 바꾸고, 작업장 순회점검(산업안전보건법 제64조 제1항)과 도급인·수급인 합동점검(같은 조 제2항)의 기준을 붙였습니다. 저수조 청소에는 덮개를 열고 산소 농도가 적정공기 범위(18% 이상 23.5% 미만)인지 잰 뒤 들어가고, 2인 1조로 진입하며 밖에 감시인을 두고, 안팎이 늘 교신하고, 측정 결과를 남기는 순서를 발주 부서와 수급인의 역할로 나눠 적었습니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19조의2·제620조·제623조).


- 있는 장치를 절차로. 선별 컨베이어의 비상정지 장치와 안전덮개, 압축식 청소차의 안전차단 장치처럼 현장에 이미 있던 방호 장치는 새 장비를 요구하는 대신, 언제 어떻게 쓰고 점검하는지를 절차와 용어 정의에 넣었습니다.
- ‘업체 몫’이던 영역에 구청의 일이 생겼다. 책임과 권한을 발주 부서와 수급인 두 칸으로 나누자, 작업계획서와 위험성평가서 검토, 교육 이수와 측정 장비 확인처럼 구청이 해야 할 일이 문서로 드러났습니다.



골격은 그대로, 날짜는 확정한 때로
초안을 다듬어 확정하는 동안 세 장의 골격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도로 유지보수 매뉴얼의 앞선 판과 확정판을 나란히 놓으면 1장 개요, 2장 안전작업절차서, 3장 공통 관리 항목의 장 구성이 같고, 1장의 책임과 권한, 문서 관리 항목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확정한 아홉 권은 각각 제·개정 이력의 첫 줄에 제정일을 적고, 목차를 갖춘 통합본으로 묶었습니다.
- 골격은 초안 단계에서 정한 그대로 두었습니다. 아홉 권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정보를 찾게 한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 앞선 판에 적어 두었던 제정일은 확정판에서 확정 시점의 날짜로 바꿨습니다. 문서의 날짜는 실제로 확정한 때를 따릅니다.
제정 이력 한 줄로 시작하는 문서
매뉴얼은 확정된 날부터가 시작입니다. 서가에 꽂히지 않도록 운영 장치를 매뉴얼 안에 적어 두었습니다.
- TBM과 연결 — 현장 책임자가 작업 전 회의에서 그날의 작업 단위 절차를 설명합니다.
- 개정 책임 — 문서 관리 책임자를 정하고, 법령이나 작업 환경이 바뀌면 바로 고칩니다.
- 교육 자료로 재사용 — 현장 책임자와 작업자, 도급 업무는 수급업체 대표와 작업자에게 나눠 교육에 씁니다.
- 점검표의 주기 — 기계·기구 점검표, 관리감독자 점검 사항, 도급인 순회·합동 점검표를 각자의 주기에 맞춰 쓰고 기록합니다.
- 교육 시간과 자격 — 채용 시·작업내용 변경 시·정기 교육 시간(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표 4)과 특별교육, 고소작업대·지게차 같은 장비 운전 자격을 업무별로 정리했습니다.
돌아보며매뉴얼을 발주하기 전에 기관이 준비하면 좋은 네 가지
이 과정을 거치며 매뉴얼의 품질은 쓰는 단계보다 그 앞뒤에서 갈린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체계 진단 다음 해에 작업 표준을 만든 이 기관의 순서도 좋은 예였습니다. 비슷한 매뉴얼을 준비하는 기관이라면 아래를 먼저 챙겨 두면 일정이 훨씬 단단해집니다.
- 대상 업무 목록을 직영과 도급으로 나눠 둔다. 도급 업무라도 구청이 시설과 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한다면 수급인 종사자도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안에 들어옵니다(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저수조처럼 구청 시설 안에서 업체가 일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 현장 조사 때 내줄 자료를 미리 챙긴다. 이번에도 면담 자리에서 장비 목록, 작업 전 회의 서식, 민원 기록 같은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새 매뉴얼은 이미 돌고 있는 활동을 엮는 데서 출발합니다.
- 현장 조사 날에는 현장 책임자와 작업자가 함께 앉게 한다. 지휘 체계와 예정에 없는 작업, 날씨에 따른 변화는 그들만 답할 수 있습니다.
- 도급 업무는 업체 쪽 사람도 면담에 부른다. 수급인의 작업 순서와 장비, 인원 배치는 업체 대표와 작업자가 가장 정확히 답합니다.
관련 서비스 — 공공기관 중대산업재해 예방 체계 서비스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