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작업 ‘비해당’이면 근골격계 조사에서 빼도 될까 — 발전소 운전·정비 작업으로 본 판단 기준
가스터빈과 증기터빈을 돌리는 발전소의 근골격계 유해요인 정기조사를 맡았습니다. 운전실 모니터링부터 밸브 조작, 수처리, 계기·전기 점검, 기계 정비, 자재 반입까지 열한 개 작업 단위를 모두 돌았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따져 보니 상당수가 고시가 정한 근골격계부담작업에는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쪼그려 앉거나 팔을 드는 자세는 있지만 하루 합계 시간이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작업들은 보고서에서 빼도 되는 걸까요. 이 글은 그 질문에 우리가 어떻게 답했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 법적 판정 — 3년마다 하는 유해요인조사의 의무 대상은 고시의 근골격계부담작업입니다. 비해당 작업은 판정 결과로 기록하면 됩니다.
- 그래도 관리 목록에는 남깁니다 — 낡은 설비에서 갑자기 큰 힘이 들어가거나, 좁은 공간·고르지 않은 바닥·추위 같은 조건이 겹치면 시간 기준과 관계없이 다치는 손상이 생깁니다.
- 판단할 때 묻는 세 가지 — 시간·빈도 기준에 걸리는가, 순간적으로 큰 힘이 드는가, 몸을 받쳐 줄 공간과 환경이 갖춰졌는가.
Q1법은 무엇을 조사하라고 하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57조는 근로자를 근골격계부담작업에 종사하게 하는 사업주에게 3년마다 유해요인조사를 하도록 정합니다.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은 사람이 생기거나, 부담작업에 해당하는 새 작업·설비를 들이거나, 작업량과 공정이 바뀌면 그때마다 수시조사도 해야 합니다. 무엇이 부담작업인지는 고용노동부 고시 제2020-12호가 열한 가지로 정해 두었습니다.
열한 가지의 대부분에는 시간이나 횟수 조건이 붙습니다. 팔꿈치를 어깨 위로 들거나 머리 위에서 손을 쓰는 작업(제3호)과 쪼그려 앉거나 무릎을 굽힌 자세(제5호)는 하루 합계 2시간 이상일 때, 10kg 넘는 물건을 무릎 아래나 어깨 위에서 드는 작업(제9호)은 하루 25회 이상일 때 부담작업이 됩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질환 발생이 우려되면 같은 규칙 제659조에 따라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Q2이 발전소에서는 무엇이 해당했고 무엇이 해당하지 않았나
현장 조사는 이틀에 걸쳐 했고, 같은 시기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증상 설문을 돌렸습니다. 운전실 모니터링 작업은 사무 작업용 평가 도구인 ROSA로, 나머지 현장 작업은 전신 자세를 보는 REBA로 평가했고, 작업자가 느끼는 부하와 빈도를 5점 척도로 함께 물었습니다.
| 작업 단위 | 주된 동작 | 고시 판정 | 그래도 본 이유 |
|---|---|---|---|
| 운전실 모니터링 | 하루 12시간 근무 중 평균 6시간 넘는 화면 감시·문서 작업 | 해당(반복 동작·목 자세 유형으로 분류) | 책상 아래 다리 공간 부족 |
| 설비 운전 | 밸브·레버 조작, 순회 점검, 설비 청소 | 비해당 | 낡은 밸브를 돌릴 때의 순간적인 힘, 추운 현장 |
| 수처리·실험 | 약품 포대 운반·투입, 시료 분석 | 비해당 | 계단·좁은 공간·바닥 단차가 겹친 운반 경로 |
| 계기·전기·진동 점검 | 판넬 점검 중 쪼그리기·팔 들기 | 비해당(하루 2시간 미만) | 짧아도 반복되는 저자세 |
| 기계 정비 | 볼트 풀기·조이기, 펌프 분해·조립, 오버홀 정비 | 비해당 | 협소 공간에서 오래 이어지는 저자세, 진동 공구 |
| 자재 반입 | 10kg 넘는 물품을 하루 25회 넘게 옮기기 | 해당(무거운 물건 반복 들기 유형) | — |
표에서 보듯 부담작업으로 분류된 것은 운전실 모니터링과 자재 반입 두 곳이었고, 나머지 현장 작업은 비해당이었습니다. 하지만 비해당으로 판정된 작업에서도 우리는 개선 대책을 냈습니다. 그 이유가 이 글의 쟁점입니다.
Q3비해당 작업을 볼 때 우리가 쓰는 세 가지 질문
시간·빈도 기준에 걸리는가
고시 판정의 출발점입니다. 여기서 해당하면 법정 관리 대상이고, 해당하지 않으면 판정 결과를 그대로 적습니다. 다만 판정은 ‘평소 하루’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특정 기간에 몰리는 작업은 따로 표시해 둡니다.
순간적으로 큰 힘이 드는가
반복이 적어도 한 번에 큰 힘이 들어가는 동작은 어깨·손목·허리를 그 자리에서 다치게 합니다. 오래된 밸브, 녹슨 볼트처럼 설비 상태가 힘의 크기를 정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몸을 받쳐 줄 공간과 환경이 갖춰졌는가
무거운 것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지, 내려놓을 자리가 있는지, 바닥이 고른지, 손잡이가 성한지, 추위에 근육이 굳어 있지는 않은지를 봅니다. 이 조건이 나쁘면 넘어지거나 삐끗하는 사고형 손상으로 이어집니다.
Q4이 질문을 현장에 대 보면
운전 — 오래된 밸브 하나가 작업 강도를 바꾼다
설비 운전원은 현장을 돌며 밸브와 레버를 조작합니다. 시간으로 보면 부담작업이 아니지만, 낡은 밸브는 돌리는 순간 큰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 작업자들의 설명이었습니다. 렌치를 쓸 때 손바닥이 눌리고, 추운 현장에서는 근육이 굳어 있습니다. 처방은 설비 쪽에서 시작했습니다. 평소 윤활로 조작력을 낮추고, 심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부품을 바꾸며, 힘이 많이 드는 조작은 두세 명이 나눠 맡게 했습니다. 핸들·레버 공구는 한 번에 20~30분 넘게 쓰지 않고, 쓰고 나면 5~10분 쉬거나 다른 일로 바꾸며, 하루 합계를 2시간 안으로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정비 — 오버홀 기간의 연소기 내부 작업은 하루 기준으로 재기 어렵다
평소 정비반은 작은 설비를 손보거나 협력사 공사를 감독합니다. 문제는 오버홀 기간입니다. 이때 가스터빈 연소기 안쪽의 좁은 공간에 들어가 무릎을 꿇거나 쪼그린 채 정비하는 작업이 한 번에 1주에서 한 달까지 이어지고, 작업자들도 가장 힘든 일로 꼽았습니다. 평가에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하는 작업으로 분류됐습니다.
대책은 공간 안에서 자세를 버티게 해 주는 도구와 시간 관리로 짰습니다. 무릎보호대와 팔꿈치 패드, 몸을 기댈 이동식 소형 받침대, 짧은 렌치와 가벼운 토크렌치, 소형 조명을 갖추고, 20~30분 일하면 5분 쉬는 식으로 교대합니다. 무릎을 꿇을 때는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 체중을 나누도록 자세도 안내했습니다. 좁은 공간이므로 안쪽의 이산화탄소·산소 농도를 계속 재고, 두 사람이 한 조로 들어가 한 명은 체결을, 한 명은 공구 전달을 맡습니다. 볼트 작업에 쓰는 임팩트렌치는 진동으로 손가락 혈관 장해(백지증)를 일으킬 수 있어 방진장갑과 진동이 적은 공구를 권했고, 실내 용접 자리에는 이동식 국소배기장치를 검토하도록 했습니다.
수처리 — 무게보다 운반 경로가 위험했다
수처리 약품은 10kg 포대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옮깁니다. 작업자들은 힘들지 않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경로를 따라가 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포대를 어깨에 메고 방유턱 문을 지나 계단을 오른 뒤, 내려놓을 자리가 없어 멘 채로 수처리 용기 뚜껑을 열고 있었습니다. 출입문 손잡이는 부식돼 베일 수 있었고, 통로 바닥에는 배수로 공사로 생긴 단차가 있었습니다.
세 번째 질문에 정확히 걸리는 장면입니다. 용기 옆 여유 공간에 포대를 내려놓을 보조 작업대를 두고, 손잡이는 부식에 강한 재질로 바꾸며, 배수로 단차는 덮어서 통로를 평탄하게 하도록 했습니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2조, 통로). 약품 보관 선반은 맨 아래와 맨 위 칸에 가벼운 것을 두고, 높이를 맞출 수 있는 작업대와 두 사람 작업으로 허리 굽힘을 줄이게 했습니다. 약품이 몸에 묻으면 15분 넘게 물로 씻고 보고한 뒤 진료를 받는 절차도 함께 적었습니다. 실험실의 등받이 없는 의자는 등받이 의자로 바꾸도록 했습니다.
계기·전기 점검 — 짧은 저자세, 그리고 이미 하고 있던 좋은 습관
판넬과 계기를 점검할 때 쪼그리거나 팔을 드는 자세가 나오지만 하루 2시간에 한참 못 미칩니다. 계기반 작업자들은 쪼그려야 하는 날이면 이동식 의자를 들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좋은 사례로 적고, 예방정비 쪽에도 앉아서 작업할 수 있는 의자를 두도록 권했습니다. 짧은 작업이라도 작업 전·중·후 스트레칭은 함께 하게 했습니다.
운전실 — 높이 조절 의자가 있어도 다리가 들어갈 자리가 없으면
여러 대의 모니터를 앞에 두고 설비를 감시하는 운전실에는 높이 조절 의자가 있었지만, 책상 밑이 좁아 의자를 바짝 당겨 앉기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서서 일하는 시간이 섞여 있어 불편 호소가 없었지만 근무가 길어지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책상을 바꾸기 어렵다면 가까이에 책걸상을 하나 더 두는 것을 단기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자재 반입 — 유일한 해당 작업, 해법은 높이
반입 창고에서는 한 사람이 10kg 넘는 물품을 하루 25회 넘게 옮깁니다. 팔레트 위쪽 물품은 팔을 끝까지 들어 내리고, 선반 맨 아래 물품은 쪼그리거나 허리를 깊이 숙여 꺼냅니다. 창고에는 냉난방이 없었습니다. 수동 높낮이 대차가 중간 높이 물품에는 분명 도움이 되고 있었고, 선반 일부 구간에는 물품이 떨어지지 않게 받침대도 이미 달아 두었습니다. 우리는 받침대를 나머지 구간으로 넓히고, 자주 쓰는 무거운 물품은 중간 높이에 두며, 아주 낮거나 높은 곳 물품을 위해 전동 높낮이 대차를 중장기 과제로 두도록 했습니다. 바쁜 시간에는 사람을 더 붙여 한 사람이 오래 들지 않게 하는 것이 단기 대책입니다.
Q5작업 단위를 가리지 않고 공통으로 처방한 것
- 보호구를 ‘필요할 때 사는 것’에서 ‘정기적으로 받는 것’으로 — 부서마다 필요할 때 사는 방식으로는 지급이 고르지 않습니다. 반기마다 작업자 의견을 듣고, 손목·팔꿈치·허리·무릎 보호대와 방진장갑, 계절 대비품을 연 1~2회 정기 지급하며, 부서별 표준 목록과 예산, 손상 시 즉시·계절별 교체 기준, 보건관리자의 분기 점검을 두도록 했습니다. 착용은 강제하지 않고 피로가 큰 시간대에 쓰도록 권합니다.
- 추위를 근골격계 위험으로 다루기 — 현장 순회와 옥외 작업이 많은 곳이라 작업장에 온습도계를 두고, 오래 일할 때는 체온을 확인하며, 젖은 장갑과 신발은 바로 바꾸게 했습니다. 기상청 폭염·한파 특보와 고용노동부의 열·한랭질환 예방 지침을 반영해 작업 시간을 조정하는 기준도 참고안으로 붙였습니다.
- 통증이 있는 사람을 먼저 찾는 면담 — 보건관리자와 팀장이 분기마다 통증이 있는 사람을 면담해 가벼운 통증은 스트레칭 지도와 강도 조정, 계속되는 통증은 보호구 우선 지급과 작업 순환, 기능 제한이 의심되면 정형외과·재활의학과 진료 연계로 나누도록 했습니다.
- 기본 습관 — 근무 전·중·후 5분 스트레칭, 신규 입사자를 포함한 예방교육, 중량물 두 사람 작업의 반복 교육, 보조 운반 도구 확대, 냉난방과 의자를 갖춘 휴게 공간입니다.
Q6그래도 남는 회색지대
몰려서 하는 작업. 오버홀처럼 특정 기간에 몰리는 작업은 ‘하루 2시간’이라는 잣대로 재면 1년의 대부분은 비해당이고 몇 주만 극단적으로 무겁습니다. 우리는 판정과 관계없이 이런 작업을 고위험 목록에 따로 올려 두고, 그 기간에 맞춘 대책을 미리 준비하도록 했습니다.
감독과 직접 작업의 경계. 정비반은 평소 협력사 공사를 감독하지만 상황에 따라 직접 삽을 들거나 배관을 손봅니다. 직무 이름만 보면 감독이어도 실제 동작은 현장 작업일 수 있으므로, 면담에서 ‘가끔 하는 일’을 꼭 따로 물어야 합니다.
긴 근무와 계절. 하루 12시간 근무가 기본인 사업장에서는 같은 동작도 누적 시간이 길어지고, 겨울과 여름에는 같은 작업도 몸에 걸리는 부담이 달라집니다. 고시 판정표 한 장으로는 담기 어려운 부분이라 대책 쪽에서 보완했습니다.
정리판정은 판정대로, 관리는 관리대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의 법적 판정은 분명해야 합니다. 비해당을 해당으로 부풀릴 이유도, 해당을 비해당으로 줄일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조사의 목적은 판정표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다치는 사람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고서에 판정 결과를 그대로 적되, 비해당 작업 가운데 설비 상태·공간·환경 때문에 사고형 손상이 날 수 있는 지점을 따로 골라 대책을 붙였습니다. 발전소처럼 설비가 크고 오래 쓰이는 사업장일수록 이 두 번째 목록이 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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