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도 공장도 아닌 곳에서 위험성평가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세운 기록 — 종교 시설과 육아지원 기관 세 건을 나란히 놓고
종교 시설이나 육아지원 기관에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맞춘 체계가 정말 필요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질문하는 분들은 대개 이런 곳을 ‘조용한 사무 공간’으로 떠올립니다.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림이 다릅니다. 엔진톱과 트랙터가 있고, 하루 천 식이 넘는 밥을 짓는 주방이 있고, 하루 종일 아이를 안아 옮기는 사람과 분소 사이를 차로 오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사람과안전이 맡은 세 건 — 대형 종교 시설 한 곳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어진 최초 위험성평가, 그리고 여러 분소와 놀이시설을 운영하는 공공 육아지원 기관의 정기 위험성평가와 매뉴얼 제작 — 을 함께 놓고, 공통으로 확인한 것과 시설마다 달랐던 것을 정리합니다.

공통 패턴 ①업종 이름으로는 위험이 보이지 않았다 — 그래서 ‘하는 일’의 목록부터 다시 썼다
세 건 모두 출발점은 같았습니다. 기관이 건넨 조직도에는 부서 이름만 있고, 그 부서가 어떤 장비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첫 면담의 질문을 “어떤 부서가 있습니까”가 아니라 “누가, 어떤 기계와 물질을 쓰고, 어디서 일합니까”로 바꿨습니다.
종교 시설에서는 시설 운영을 받치는 지원 부서 아래에 작업팀 11곳(관계 법인이 운영하는 2곳 포함)이 있었습니다. 대량 급식과 제빵, 논밭 경작과 농기계 정비, 수목 관리, 목공, 도로·건물 보수, 전기, 상하수도와 보일러를 다루는 기계설비, 그리고 차량 정비와 주유까지. 사실상 작은 마을 하나의 기반 시설을 직접 돌리는 구조였습니다. 육아지원 기관은 서류상 직원 모두가 행정직으로 분류되어 있었지만, 직종을 하나씩 풀어 보니 아이를 돌보는 보육 인력, 어린이집으로 파견 나가는 대체 인력, 장난감을 세척·소독하는 대여실 인력, 놀이시설에서 이용자를 맞는 운영요원, 외부 촬영을 다니는 인력이 섞여 있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팀·직종별 작업 목록’을 이후 모든 산출물의 단위로 삼았습니다. 위험성평가 결과서도, 안전작업 매뉴얼도, 관리감독자의 책임 범위도 이 목록을 따라 나눴습니다.
생활을 떠받치는 직영 작업팀이 핵심입니다. 회전 날, 인화성 증기, 지하 설비실, 농기계처럼 위험은 공장 수준인데 관리 조직은 사무 조직의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과제 — 작업팀마다 책임자와 절차를 세우는 일
본원과 분소, 놀이시설로 근무지가 흩어져 있고 근무지마다 인원은 적습니다. 차량 이동이 잦고, 버스 운행·청소·수리·배송·설비 점검을 외부에 맡기는 일이 많습니다.
과제 — 근무지별 담당자와 용역 관리의 연결
일하는 사람과 아이가 같은 공간에 있습니다. 근로자의 근골격계·감염 위험과 아이의 끼임·추락·질식 위험이 한자리에서 생깁니다.
과제 — 근로자 체계와 이용자 안전을 나란히 운영
공통 패턴 ②‘우리 사람’은 어디까지인가 — 직영, 관계 법인, 용역의 경계부터 그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키려는 ‘종사자’는 근로계약을 맺은 직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도급·용역·위탁 관계에서 대가를 받고 일하는 사람과 각 단계 수급인의 근로자까지 포함하고(법 제2조 제7호), 경영책임자의 의무는 계약 형식이 아니라 그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지에 따라 걸립니다(법 제4조·제5조). 종교·복지 시설은 이 경계가 유난히 흐릿했습니다.
- 건물은 우리 것, 운영은 다른 법인 — 종교 시설의 차량 정비소와 주유소는 시설과 설비가 본 사업장 소유인데 운영은 관계 법인이 맡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두 곳을 ‘협력사’ 편으로 따로 묶어 작업팀과 같은 틀의 매뉴얼을 만들고, 수급업체 선정 평가표·준수 서약·합동 점검·협의체 회의록 같은 도급 관리 서식의 대상으로 넣었습니다.
- 방침의 보호 대상을 넓게 — 안전보건 방침 문안에 직원만이 아니라 관계 수급인의 근로자와 시설을 찾는 사람까지 보호 대상으로 적었습니다. 행사 때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설이어서, 직원만 적은 방침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 시설 안의 큰 공사 — 부지 안에서 대형 건설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발주자로서 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재해 예방 조치(제67조)가 체계에서 빠지지 않도록, 경영책임자의 반기 점검표에 발주자 조치 이행 여부를 묻는 항목을 넣었습니다.
- 용역 목록을 ‘일’로 다시 쓰기 — 육아지원 기관은 어린이 버스 운행, 청소, 장난감 수리와 배송, 정화조·저수조 청소, 소방·전기·승강기 점검을 외부에 맡기고 있었습니다. 계약 목록을 그대로 두지 않고 직종마다 실제로 하는 일과 그 일의 위험을 표로 풀었습니다. 정화조와 물탱크 청소는 밀폐공간 작업이므로, 맡긴 일이라도 들어가기 전 공기 측정과 환기 확인을 기관이 감독하는 절차로 적었습니다.


시설마다 달랐던 것아이와 이용자가 있는 공간 — 근로자 체계와 시민재해 체계를 나란히 세웠다
두 기관 모두 아이가 머무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종교 시설에는 행사 때 보호자가 아이를 맡기는 돌봄방이, 육아지원 기관에는 시간제 보육실과 공공 키즈카페가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두 종류의 위험을 동시에 봐야 했습니다.
| 일하는 사람의 위험 | 아이를 들어 올리고 바닥에 앉거나 쪼그려 돌보는 자세의 허리·어깨·무릎 부담, 기저귀 교체·식사 보조 때의 체액 접촉, 젖은 바닥 미끄러짐, 아이들 소리에 오래 노출되는 피로, 보호자 응대에서 오는 감정노동 |
|---|---|
| 아이의 위험 | 문틈 손끼임, 창문·놀이기구 추락, 단차 넘어짐, 볼풀 속에 아이가 가려 보이지 않는 상황, 작고 단단한 간식의 질식, 알레르기 식품, 소독 직후 남은 약제 |
| 공간 관리 | 수용 인원 제한, 실내공기(이산화탄소·미세먼지·습도), 소독 뒤 완전히 마를 때까지 출입 통제, 알레르기 정보 기록과 전용 식기 |
종교 시설의 돌봄방은 근로자 매뉴얼의 한 편으로 만들되 아이 쪽 위험까지 함께 다뤘습니다. 육아지원 기관의 키즈카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중대시민재해 예방 매뉴얼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9조와 시행령 제10조가 요구하는 틀 — 안전 인력, 예산, 점검 계획, 안전계획, 재해 예방 업무 절차, 도급 기준, 이행 점검 — 을 놀이시설 한 곳의 실제 운영에 맞춰 채웠습니다. 놀이기구 목록, 분야별 담당(시설·전기·위생·실내공기·소방·놀이시설 정기검사·교육), 건물 관리 주체와의 역할 나눔, 어린이놀이시설 검사·관리 기준을 비롯한 관계 법령 점검표, 배상책임보험 가입 확인까지 한 권에 담았습니다.

공통 패턴 ③처음 하는 위험성평가 — 방법은 단순하게, 단위는 작게
종교 시설은 체계를 세운 이듬해에 처음으로 전 작업팀 위험성평가를 했습니다. 처음 하는 조직에서 우리가 지킨 원칙은 두 가지였습니다. 판단 방법은 현장 사람이 바로 따라올 수 있을 만큼 단순하게, 평가 단위는 팀 하나가 한 장의 결과서로 끝낼 수 있을 만큼 작게.
- 실시규정을 먼저 — 평가 대상, 시기(최초·정기·수시), 근로자 참여, 결과 공유, 기록 보존을 규정으로 정하고, 판단 방법은 위험 수준 3단계(상·중·하) 판단법으로 정했습니다. 발생 가능성과 피해 심각도를 각각 세 단계로 보고 표에서 위험 수준을 읽는 방식입니다. 숫자를 곱하는 방식보다 회의에서 합의하기 쉽습니다.
- 기준은 착수 회의에서 합의 — ‘자주’와 ‘드물게’, ‘중상’과 ‘경상’을 무엇으로 가를지 대표자·담당자·근로자가 함께 정하도록 규정에 넣었습니다.
- 근로자 교육과 청취 — 평가 전후 교육을 과업에 넣고, 실시규정에 회의 결과·교육 결과·청취 조사표 서식을 붙여 근로자의 참여가 기록으로 남게 했습니다.
- 사진·영상 판독과 기술지침 보강 — 기존 평가 자료, 전년도 현장 사진, 새로 찍은 현장 영상을 모두 살핀 뒤 안전보건공단 기술지침(KOSHA GUIDE)으로 빠진 요인을 채웠습니다.
- 팀별 결과서와 5단계 대책 — 11개 팀마다 결과서를 내고, 대책은 제거 → 대체 → 공학적 → 관리적 → 보호구 순서로 검토했습니다. 이행은 3개월·6개월·1년의 세 단계로 나눴습니다.
팀이 달라도 되풀이되는 요인이 있었습니다. 통로에 쌓인 자재와 바닥을 가로지르는 호스·전선, 문어발 멀티탭, 회전체 덮개와 비상정지 장치의 접근성, 인화성 물질 곁의 점화원, 근속이 길고 연령대가 높은 작업자의 중량물 운반. 이런 공통 요인은 팀별 결과서와 별도로 ‘전 부서 공통 과제’로 묶어 한 번에 처리하도록 권했습니다. 팀마다 같은 지적을 열한 번 받는 것보다 효과가 큽니다.
현장 기록





공통 패턴 ④문서는 팀 단위까지 내려가야 쓰인다
체계 매뉴얼이 두꺼워도 작업팀장이 자기 팀의 할 일을 찾지 못하면 현장에서는 쓰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두 기관 모두 ‘기관 전체의 체계’와 ‘현장에서 펼쳐 보는 문서’를 나눠 만들었습니다.
팀별 매뉴얼은 모두 같은 여섯 장으로 짰습니다. 조직과 역할, 주요 장비·시설의 위험, 작업별 안전작업 절차, 현장 관리, 사고 때의 비상 대응과 응급조치, 보호구 지급·착용 기준입니다. 목공팀이든 돌봄방이든 같은 순서이므로, 팀장이 바뀌거나 다른 팀을 지원하러 가도 찾는 위치가 같습니다. 육아지원 기관의 매뉴얼은 직종별 위험, 교통사고·전기화재·온열질환 같은 사고 유형별 사례와 대책, 비상시 행동 요령, 용역별 관리 방법을 중심으로 엮었습니다. 두 기관 모두 경영책임자가 반기마다 무엇을 확인할지 점검표를 따로 두어, 매뉴얼이 책장에만 머물지 않도록 했습니다.
제언비슷한 시설을 운영하는 분들께 드리는 다섯 가지
- 조직도 대신 작업 목록부터. 부서 이름이 아니라 “어떤 장비와 물질로 무슨 일을 하는가”를 팀마다 적어 보면, 사무 기관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공장 수준의 위험이 드러납니다.
- 시설 안에서 일하는 사람을 모두 적으십시오. 직영·관계 법인·용역·위탁을 구분해 표시하고, 각자의 작업을 누가 관리하는지 칸을 채우는 것이 체계 범위의 출발점입니다.
- 첫 위험성평가는 단순한 방법으로. 3단계 판단법처럼 현장 사람이 함께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고르고, 기준은 착수 회의에서 합의하십시오. 팀 하나가 결과서 한 장으로 끝낼 수 있는 단위가 좋습니다.
- 아이·이용자가 있는 공간은 두 겹으로. 근로자의 위험성평가와 이용자 안전(놀이시설이라면 중대시민재해 체계)을 나눠 두고, 점검 일정만 묶으십시오.
- 팀장이 펼쳐 보는 문서를 따로. 기관 전체 매뉴얼과 별도로 팀별로 같은 틀의 짧은 매뉴얼을 두고, 반기마다 경영책임자가 볼 점검표를 정해 두면 체계가 문서로만 남지 않습니다.
관련 서비스 — 중대재해처벌법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위험성평가 서비스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