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옆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위험성평가 — 도로 유지보수 사업소의 작업 단계별 위험 기록
작업 차량이 갓길에 서고, 차로 가장자리를 따라 라바콘이 놓입니다. 그 안쪽에서 작업자 몇 명이 허리를 숙여 도로변 수목을 자릅니다. 바로 옆 차로에서는 일반 차량이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은 채 지나갑니다. 이번 평가는 이런 장면에서 시작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서류를 먼저 넘기는 대신, 작업이 실제로 벌어지는 도로 위와 장비가 드나드는 차고지를 따라가며 위험을 적었습니다.
의뢰한 곳은 광역 지자체에서 도로 유지보수를 맡는 사업소입니다. 해마다 하는 정기 위험성평가였지만, 평가 대상은 책상이 아니라 도로였습니다. 도로변 수목 전정, 가로등 교체, 과적 차량 단속 세 가지 현장 작업과 청사·차고지 시설을 평가 범위로 잡았고, 산업안전지도사가 이틀에 걸쳐 현장을 돌았습니다.
출동 전차고지에서 이미 시작되는 위험
도로 작업의 하루는 차고지에서 시작합니다. 장비를 싣고, 연료를 채우고, 정비용 윤활유를 꺼내 쓰는 곳입니다. 노후한 청사에 대형 차량과 장비가 함께 들어선 사업소에서는 공간이 늘 모자라고, 모자란 공간에 물건이 쌓이면서 위험이 겹칩니다. 그래서 청사·차고지는 현장 작업과 같은 무게로 따로 평가했습니다.
| 장면 | 왜 위험한가 | 우리가 제시한 방향 |
|---|---|---|
| 정비용 그리스·윤활유를 한곳에 쌓아 두고 쓰는 정비 창고 | 취급하는 사람이 물질의 위험성을 알 방법이 없음 | 필요한 양만 두고,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작업자가 바로 볼 수 있는 곳에 비치(산업안전보건법 제114조) |
| 장비고 안의 윤활유 통과 가스 용기, 이동용 기름통 | 인화성 물질과 가스 용기가 섞이면 작은 불씨가 큰 사고로 번짐 | 가스 용기는 위험물 저장 장소로, 유류는 전용 보관함으로 나눠 두고 주변 정리 |
| 장비 입고 때 처마에 닿는 차량, 출입구 옆 저장 탱크 | 시설 훼손과 함께 근처 작업자가 다칠 수 있음 | 통과 높이 표지, 탱크 이전 또는 받침대 보강과 방호 가드 |
| 중량물을 들어 올리는 섬유 벨트(슬링) | 닳은 벨트는 인양 중 끊어지거나 미끄러짐 | 정기 점검 주기를 정해 훼손품은 바로 교체 |
| 제설용 염화용액 탱크의 전원 판넬, 바닥에 늘어진 고무호스 | 판넬이 열려 있으면 감전, 호스는 걸려 넘어짐 | 판넬 잠금과 열쇠 관리, 호스는 감아서 보관 |
| 지정되지 않은 흡연 장소, 소화기가 없는 재떨이 주변 | 낙엽·폐기물 옆 담뱃불 | 흡연 구역 지정, 소화기 비치와 안내 표지 |
창고로 쓰는 지하 공간에 상자와 폐기물이 쌓여 있으면 평소에는 불편할 뿐이지만, 긴급한 상황이 생기면 대피와 대응을 늦춥니다. 차고지 위험은 "정리정돈"이라는 말로 뭉뚱그리기 쉬운데, 우리는 물건마다 무엇이 위험한지를 따로 적었습니다. 그래야 누가 무엇을 옮길지가 정해집니다.
출동 직전의 한 가지도 따로 짚었습니다. 작업 지점마다 위험이 다르니, 차고지를 떠나기 전에 그날 작업 내용과 위험요인을 작업자와 짧게 나누는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를 세 가지 작업 모두에 권했습니다.
현장 도착작업 구역을 알리는 일부터 위험성평가 대상이다
도로 작업에서 가장 먼저 다치는 사람은 작업 구역 안쪽이 아니라 경계선 근처에 있는 사람입니다. 작업 안내 입간판이 작으면 운전자가 늦게 알아채고 급하게 차로를 바꾸며, 그 순간 작업자와 차량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집니다. 수목 전정 현장과 과적 단속 현장에서 같은 지적이 나온 이유입니다.
우리는 입간판을 "있느냐"가 아니라 "운전자가 충분히 먼 곳에서 읽을 수 있느냐"로 평가했습니다. 크기와 시인성을 높이는 것이 첫 대책이고, 그와 함께 현장 작업자에게 일반 차량이 빠르게 지나가는 환경에서의 작업 수칙을 교육하도록 했습니다. 경사진 곳에 잠시 세운 적재 차량은 고임목 없이 두면 저절로 밀릴 수 있어, 언덕·내리막에서는 고임목을 반드시 받치도록 대책에 넣었습니다.
작업 중세 가지 작업, 서로 다른 위험의 지도
같은 도로 위라도 작업마다 몸이 놓이는 위치가 다릅니다. 수목 전정은 녹지대 안에서 몸을 숙이고 날붙이를 쓰며, 가로등 교체는 고소작업차 위에서, 과적 단속은 차로 한복판에 가까운 곳에서 대형 화물차를 상대합니다. 작업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목 전정 — 날붙이, 생물, 그리고 난간
- 손과 다리 — 낫·톱을 쓰는데 손을 보호할 장갑이나 정강이 보호대 없이 일하면 베임과 찍힘이 생깁니다. 용도에 맞는 보호구를 지급하고 착용을 확인하는 것이 대책입니다.
- 눈 — 잘린 가지와 이물질이 눈으로 튀거나 찔릴 수 있어 보안경 착용을 대책에 넣었습니다.
- 말벌과 뱀 — 녹지대에는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생물이 있습니다. 작업 전에 현장을 먼저 살피고, 쏘이거나 물렸을 때의 조치를 미리 교육해야 합니다.
- 난간 — 교량이나 높은 도로 옆 녹지에서는 무심코 난간을 넘어 작업하다 떨어질 수 있습니다. 난간 근처 작업은 작업 전 교육에서 따로 강조하도록 했습니다.
- 소음·분진·소통 — 차량 소음과 경적, 분진에 계속 노출되는 데다, 긴급한 일이 생겼을 때 여러 명에게 동시에 알릴 수단이 없으면 2차 사고로 이어집니다. 보호구와 함께 작업자끼리의 연락 체계를 정하라고 권했습니다.
- 반복 작업 — 같은 동작을 오래 되풀이하는 야외 작업이라 근골격계 부담이 쌓입니다. 정기적인 스트레칭과 휴식을 대책으로 두었습니다.
가로등 교체 — 높은 곳과 계절
고소작업차를 쓰는 가로등 교체에서도 같은 자세로 반복하는 작업 부담과 혹서기·혹한기 야외 노출이 남습니다. 지나가는 차량에 대한 교육, 소음 속에서 작업자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방법도 수목 전정과 같은 과제로 묶었습니다.
과적 차량 단속 — 무거운 저울과 화가 난 운전자
단속 현장에서는 바퀴 아래에 놓는 이동식 저울을 들고 옮기는 일이 반복됩니다. 저울이 중량물이라 들기·운반 방법 교육이 필요하고, 주행 차량이 작업자와 부딪히지 않도록 안전작업 수칙을 지키게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여기에 이 작업만의 위험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단속을 당하는 운전자, 그리고 통행에 방해된다고 느끼는 다른 운전자의 거친 말과 행동입니다.
사람이 만드는 위험도로 작업자의 위험 상당 부분은 작업 바깥에서 온다
근로자 의견 청취 조사표에서 가장 생생하게 나온 이야기는 기계나 장비가 아니었습니다. 민원 순찰이나 작업 지점 사이를 이동하는 중에 이륜차가 신호를 무시하거나 작업 구역 안으로 밀고 들어와 위협을 느낀다는 이야기, 도로 포장이나 파손 부위 복구 작업 때 길이 막힌다며 시민에게 욕설을 듣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시민 편의를 위한 작업인데 정작 작업자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떠안는 구조입니다.
우리는 이 대목을 위험성평가의 정식 대상으로 다뤘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는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막기 위한 사업주의 조치를 정하고 있습니다. 단속원과 도로 작업자는 창구에서 민원인을 맞는 사람은 아니지만, 업무 중에 시민을 직접 상대하며 같은 종류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이 조항의 취지를 현장 대응 절차로 옮기는 것이 맞다고 보았습니다. 폭언을 당했을 때 작업을 잠시 멈추고 자리를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 사례를 기록해 공유하는 것, 필요하면 휴식을 주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사람과안전의 분석)
조사표에서 나온 또 하나는 겨울 제설재였습니다. 염화칼슘·소금 포대의 포장재가 약해지면 싣고 내릴 때 터지거나 미끄러져 넘어질 위험이 생깁니다. 이런 위험은 현장을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계절이 바뀌어야 나타나는 위험을 잡아내는 데 근로자 의견 청취가 왜 필요한지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이미 바꿔 둔 것현장이 스스로 만든 개선 세 가지
지적만 적는 평가는 현장의 신뢰를 잃습니다. 이 사업소에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직접 고쳐 쓰고 있는 것들이 있었고, 우리는 이를 우수 사례로 먼저 기록했습니다.
차량 후방 충돌흡수장치를 직접 손본 것
작업 차량 뒤에 다는 충돌흡수장치(TMA)에 충돌 방지 장치를 더하고, 감지 센서와 후방 카메라의 부착 위치를 현장 경험에 맞게 바꿔 효율과 안전성을 함께 높였습니다. 도로 작업에서 가장 무서운 후방 추돌에 대한 현장의 답입니다.
법정 대상이 아닌 크레인 차량까지 비파괴 검사
크레인 차량이 법으로 정한 비파괴 검사 대상이 아닌데도 자체적으로 검사를 해 오고 있었습니다. 의무의 바깥에서 위험을 먼저 줄인 사례입니다.
무거운 제설장비 받침대에 바퀴를 단 것
제설장비를 얹는 받침대가 무거워 아래에 바퀴를 달고, 한 사람도 무리 없이 옮길 수 있게 했습니다. 인력 운반을 줄이는 가장 간단한 공학적 대책이 이미 현장에 있었습니다.
평가 과정에서도 차이가 보였습니다. 안내 표지를 고쳐 다는 등 평소 개선에 꾸준했고, 사전 교육과 현장 순회에 담당자들이 함께 나서 위험을 같이 찾았습니다.
남은 과제다음 정기 평가까지 이어 갈 것
- 사업소 일을 맡은 외부 업체의 안전관리와 근로자 보호를 직영과 같은 기준으로 관리·감독
- MSDS 게시와 취급 전 위험성 교육
- 유류 저장소에 맞는 소화기, 겨울철 소화기 관리
- 출동 전 TBM
- 혹서기·혹한기 보호대책
- 소음·분진 보호와 작업자 간 연락 수단
- 난청·근골격계 예방
- 폭언 대응 절차와 고객응대 근로자 건강장해 예방
평가 결과에서 허용 기준선(가능성과 중대성을 곱한 값 8점) 이상인 항목은 감소대책을 세워 우선 처리하도록 했고, 정기 평가는 매년 한 번 돌아온다는 점을 함께 안내했습니다. 감소대책을 실행한 뒤 위험도를 다시 매겨 보는 것까지가 한 바퀴입니다.
- 기준 —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고용노동부 고시), 「공공기관의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의 위험성평가 조항,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와 반기 점검).
- 대상 — 작업장의 기계·기구와 비품, 보유·취급하는 유해물질, 협력업체 작업을 포함한 일상·비일상 작업, 확인된 아차사고, 산업재해가 났다면 그 원인.
- 사전 준비 — 시설 현황 파악, 근로자 의견 청취 조사표, 위험성평가 담당자 사전 교육(근로자가 알아야 할 위험성평가 핵심 내용, 50분).
- 현장 — 첫날 수목 전정과 가로등 교체 현장, 둘째 날 청사·차고지와 과적 단속 현장을 순회했습니다.
- 결정과 대책 — 빈도·강도법으로 위험도를 매기고, 기준 이상 항목에 감소대책을 붙여 작업별 총평과 함께 보고서로 정리했습니다. 부록에는 근골격계질환 예방, 도급업체 안전관리, 고객 폭언에 따른 건강장해를 막는 조치를 실었습니다.
덧붙임도로 작업 위험성평가에서 우리가 꼭 따라가는 순서
도로 유지보수 사업소의 위험성평가는 작업 목록을 놓고 칸을 채우는 방식으로는 핵심을 놓칩니다. 우리는 작업자의 하루를 따라 차고지 → 출동 전 회의 → 작업 구역 설치 → 작업 → 이동·복귀 순서로 위험을 적고, 그 위에 일반 운전자·시민이 만드는 위험과 계절이 바꾸는 위험을 한 겹씩 더 얹습니다. 마지막은 외부 업체입니다. 같은 도로 위에서 같은 위험을 지는 사람이라면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같은 기준으로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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