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줄이는 순서는 정해져 있다 — 서비스 지원 인력 일곱 직군을 다섯 칸으로 점검한 기록
손님 차의 트렁크에서 골프백을 꺼내는 운전원, 카펫을 미는 미화원, 한 손에 쟁반을 받친 서빙 직원, 무거운 팬을 드는 조리원, 상자째 들어온 음료를 옮기는 헬스케어 담당자. 복합 레저시설에 이런 인력을 두는 서비스 기업과 두 해에 걸쳐 일했습니다. 첫해에는 정기 위험성평가를, 이듬해 겨울에는 근골격계 유해요인 정기조사를 했습니다. 두 조사의 대상도 기법도 달랐지만, 대책을 정리하는 틀은 하나였습니다. 위험을 아예 없앨 수 있는지부터 묻고, 안 되면 바꾸고, 그래도 남으면 설비로 막고, 관리로 줄이고, 마지막에 보호구를 쓰는 순서입니다.
틀왜 다섯 칸으로 나눴나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따른 위험성평가는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을 따릅니다. 지침은 감소대책을 세울 때 위험한 작업을 없애거나 바꾸는 조치, 설계 단계에서 위험을 줄이는 조치를 먼저 보고, 다음으로 방호장치·환기장치 같은 공학적 대책, 그다음 작업 절차 같은 관리적 대책, 맨 마지막에 개인 보호구를 고려하라고 합니다. 첫해 위험성평가 보고서는 이 순서를 그대로 썼고, 이듬해 근골격계 조사 보고서에서도 직군마다 대책을 같은 순서로 채웠습니다. 다만 ‘없애기’와 ‘바꾸기’는 현장에서 쓰임이 꽤 달라 두 칸으로 나눴습니다.
근골격계 조사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57조의 3년 주기 정기조사였습니다. 전 직원에게 온라인 증상 설문을 돌린 뒤, 사무·시설·미화·헬스케어·식음료 제조·조리·의전(고객 수송·발렛) 일곱 직군에서 대표 작업자를 정해 한 사람당 30분쯤 면담과 건강상담을 하고, 다시 30분쯤 작업 자세를 측정했습니다. 사무는 ROSA, 현장 직군은 REBA와 RULA로 평가했습니다.
점검표직군마다 채운 다섯 칸
없애기 — 그 일을 꼭 사람이, 꼭 이렇게 해야 하는가
가장 효과가 크지만 가장 자주 건너뛰는 칸입니다. 시설 정기점검표에서 매번 볼 필요가 없는 천장 점검 항목은 빼거나 줄이도록 했습니다. 천장 속을 기어다니는 시간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높은 벽면·천장 청소와 넓은 카펫 청소는 정기 외주나 로봇 청소기를, 주방 덕트 청소는 평소엔 간단한 것만 하고 월·분기·반기 단위로 전문 업체에 맡기도록 했습니다. 100리터 종량제 봉투 대신 50리터 이하를 쓰게 한 것, 운전 중 걸려 오는 불필요한 통화를 자동응답으로 돌리게 한 것, 가벼운 응급처치는 본인이 할 수 있게 안내하도록 한 것도 이 칸입니다.
바꾸기 — 더 가볍고, 덜 위험한 것으로
헬스케어 담당자는 유리병 음료가 든 25kg 넘는 상자를 한 달에 한 번 무릎 아래에서 여러 차례 들어 올립니다. 15kg 이하로 나눠 납품받고, 유리병 대신 가벼운 용기가 있는지 확인하도록 했습니다. 같은 원리로 식자재는 대용량 대신 소분 납품, 반복 손질은 미리 잘린 재료, 무거운 프라이팬은 가볍거나 손잡이가 양쪽에 달린 것, 서빙 쟁반은 가벼운 것, 낡고 무거운 청소기는 가벼운 업라이트형으로 바꾸게 했습니다. 천장 점검에는 내시경 카메라를, 고장이 잦은 배관에는 끼우기만 하면 되는 퀵커넥터 부품을, 유선 전화기와 손에 든 무전기에는 무선 헤드셋과 핸즈프리를 제안했습니다.
설비로 막기 — 몸이 버티지 않아도 되게
미화원은 분리수거통을 들어 옮기고, 쓰레기를 발로 밟아 눌렀습니다. 바퀴 달린 용기와 소형 카트, 그리고 한쪽에 둔 압축기로 들기와 밟기를 함께 없애도록 했습니다. 선반은 높이 80~120cm를 기준으로 무거운 것을 가슴 높이에 두고, 맨 아래 칸 보관은 피합니다. 주방은 식기세척기를 싱크대 높이에 맞추거나 수압식·초음파식으로 바꿔 젖은 컵이 가득 찬 랙을 드는 일을 줄이고, 앞이 트인 싱크대로 허리 굽힘을 줄입니다. 조리대는 키가 가장 큰 사람에 맞춰 높이를 정하고 작은 사람에게 높이 조절 발판을 주는 방식으로 권장 높이 85~90cm를 맞추게 했습니다. 의전 차량에는 트렁크에 작은 슬라이딩 매트를 깔아 짐을 끌어당기게 하고, 허리를 덜 숙이도록 집게형 도구를 두며, 무전기를 운전대 가까이에 고정하도록 했습니다.
관리로 줄이기 — 시간을 자르고, 사람을 나누고, 원칙을 정한다
도구로 다 막지 못한 부담은 시간으로 나눕니다. 천장 속을 기는 작업은 한 번에 20분, 쪼그리거나 몸을 비트는 배관 수리는 30분, 팔을 머리 위로 드는 벽면 청소는 10분, 허리를 숙이는 카펫 청소는 15분 일하고 5분 쉬는 식으로 끊고, 조리는 2시간 넘게 이어지지 않게 했습니다. 25kg 넘는 물품은 두 사람이 들거나 손수레를 쓰고, 일주일에 한 번 몰아서 하는 하역에는 반드시 두 사람 이상을 붙입니다. 세척과 무거운 물건 들기는 한 사람에게 몰리지 않게 돌립니다. 의전 운전원에게는 “운전 중엔 무전만, 전화는 차를 세운 뒤”라는 원칙을 정하고, 연속 운전은 2시간 안에서 끊어 10분 이상 쉬게 하며, 식사 시간을 제때 챙기기 어려운 운전 직무는 외부 식당을 쓸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도록 권했습니다.
보호구와 교육 — 마지막 칸이지 첫 칸이 아니다
보호구는 요청하면 주는 방식이 아니라 직군별 기준을 미리 정해 나눠 주고, 교체 주기와 착용 상황을 점검하도록 했습니다. 시설은 무릎 보호대, 헬스케어는 손목·무릎 보호대, 조리·식음료는 손목 보호대와 피로를 덜어 주는 작업화, 미화는 무릎·손목 보호대와 손잡이 쿠션, 발렛·수송은 허리 보호대와 하역용 장갑이 기준입니다. 여름 조리실에는 아이스 머플러나 공기 순환형 냉각 재킷을 권했습니다. 신규 입사자와 배치 전 직원에게는 손목·허리를 지키는 자세와 물건 드는 요령을 한 시간쯤 몸으로 익히는 실습형 교육을 하도록 했습니다.







1년 전위험성평가에서 이미 보였던 좋은 칸과 빈칸
첫해 위험성평가는 사업장 네 곳을 순회하며 진행했습니다. 지침과 조직도, 재해 자료,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작업 절차, 지난해 평가 결과를 먼저 검토하고, 현장을 돌며 사진·실측·면담으로 유해·위험요인을 찾았습니다. 위험성은 가능성과 중대성을 곱해 추정했고, 허용할 수 있는 위험의 기준을 평가 전에 미리 정해 두고 비교했습니다. 각 사업장의 시설 운영 책임자와 안전관리자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이미 채워져 있던 칸 — 모범 사례 다섯 가지
- 게시판 공표 — 중대재해처벌법 요지, 월별 중대재해 사례, 위험성평가 계획, 직무별 안전 안내 자료,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 기록까지 사내 게시판에 꾸준히 공개하고 있었습니다(관리 칸).
- 분전반 절연 덮개와 회로 명판 — 충전부 위에 강판 덮개를 대고 그 위에 회로명을 붙여, 점검 중 감전을 막고 회로를 찾기 쉽게 했습니다(설비 칸).
- 압력계 정상 범위 표시 — 배관·탱크 압력계에 형광 스티커로 정상 범위를 표시해 점검자가 바로 이상을 알아보게 했습니다(설비 칸).
- 배관 위 작업 발판 — 배관을 밟고 넘어 다니지 않도록 발판을 놓아, 넘어지는 사고와 배관 결합부 손상을 함께 줄였습니다(설비 칸).
- 반대편 사람 주의 표지 — 문을 열다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힌 아차사고를 반영해 출입문 양면에 표지를 붙였습니다. 아차사고가 대책으로 이어진 좋은 예입니다(관리 칸).



비어 있던 칸 — 두 가지 의견
공조기 회전축과 벨트. 점검·정비 중에 회전축이나 벨트가 갑자기 돌면 손과 옷이 말려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시설마다 덮개를 갖춘 정도가 달라, 끼일 우려가 있는 부위 전체에 슬리브·덮개·울 같은 방호장치를 두도록 했습니다. 다섯 칸으로 보면 ‘설비로 막기’ 칸입니다.
영선용 부품 3D 프린팅. 플라스틱을 녹여 뽑아내는 3D 프린터는 환기가 안 되는 공간에서 쓰면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환기 설비 없이 3D 프린터 수업을 하던 교사가 육종암으로 숨진 사례가 알려져 있습니다. 재료 필라멘트의 MSDS를 확보하고, 작업자 교육과 노출 방지 조치, 알맞은 보호구를 갖추도록 했습니다. 정보(관리)·환기(설비)·보호구 칸을 함께 채워야 하는 경우입니다.
교훈칸을 건너뛰면 생기는 일
두 해의 조사를 겹쳐 보면 흐름이 하나 보입니다. 대책을 세울 때 가장 쉽게 손이 가는 것은 마지막 칸, 곧 보호대를 나눠 주고 자세 교육을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25kg 상자를 그대로 둔 채 허리 보호대를 주면 부담은 그대로 남습니다. 상자를 나눠 받는 순간 보호대가 필요한 시간 자체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직군마다 다섯 칸을 모두 적어 보게 하고, 앞 칸이 비어 있으면 그 이유를 먼저 묻도록 했습니다. 외주나 납품 방식처럼 계약을 바꿔야 하는 일은 시설 운영 부서 혼자 정할 수 없으니, 대책 표에 누가 정할 일인지를 함께 적는 것이 좋습니다.
서비스 직군에서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넘어지거나 부딪힌 일은 말하지만, 손목이 시큰거리거나 허리가 뻐근한 것은 일의 일부로 여기고 잘 말하지 않는 경향입니다. 그래서 시스템 차원의 장치를 몇 가지 남겼습니다.
- 업무별 자가 점검표 — 허리 굽힘 빈도, 손목 반복, 한 자세로 버티는 시간을 월 1회 이상 팀 단위로 스스로 적게 해 통증을 일찍 알아채고 관리감독자의 피드백으로 잇습니다.
- 1분 스트레칭과 5분 TBM — 사무실·조리실·세척실·청소 대기 공간에 짧은 스트레칭 자료를 붙이고, 팀별로 작업 전 5분 동안 몸 상태를 묻고 스트레칭으로 시작합니다.
- 도구 배치 기준 — 자주 쓰는 조리도구·청소장비·사무기기는 허리~가슴 높이, 몸 중심선에서 좌우 30cm 안에 둡니다.
- 작업표준서에 몸을 지키는 문장 — 반복 동작은 15회 이하로 끊고 스트레칭 뒤 다시 시작하며, 팔을 위로 뻗은 채 20분 넘게 일하지 않는다는 식의 문장을 작업표준서에 넣습니다.
- 휴게 시간의 회복 — 마사지건이나 발 마사지기처럼 쉬는 시간에 근육을 풀 수 있는 도구나 프로그램을 검토합니다.
점검표 한 장서비스 지원 조직이 대책 표를 만들 때
| 칸 | 스스로 물어볼 것 | 이번 사례에서 채운 예 |
|---|---|---|
| 없애기 | 그 일을 하지 않거나 맡길 수 있나 | 불필요한 점검 항목 삭제, 높은 곳 청소 외주, 큰 봉투 사용 제한 |
| 바꾸기 | 더 가볍고 덜 위험한 것이 있나 | 소분 납품, 경량 팬·쟁반·청소기, 내시경 카메라, 퀵커넥터 |
| 설비 | 몸 대신 버텨 줄 장치가 있나 | 바퀴 용기·압축기, 선반 높이, 식기세척기 높이, 트렁크 매트, 회전축 덮개 |
| 관리 | 시간·사람·원칙으로 나눌 수 있나 | 연속 작업 시간 제한, 두 사람 작업, 순환 투입, 운전 중 통화 원칙 |
| 보호구·교육 | 앞 칸을 다 본 뒤 남는 것은 무엇인가 | 직군별 보호구 기준, 실습형 교육, 냉각 용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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