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사례 ③] 다이캐스팅 끼임사고 판례 해설 ② | 방호장치 미작동·관리감독자 선임위반

사람과안전

2026년 07월 20일

중대재해 사례 분석 시리즈 3편입니다. 2편에서 다룬 양산 다이캐스팅 끼임 사고를 이어서 더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이 사고 현장에는 안전 장치가 모두 갖춰져 있었습니다. 안전문이 달려 있었고, 그 문이 열리면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는 연동 구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업자들은 리미트 스위치에 장갑을 꽂아 그 안전 회로를 무력화시켰습니다.

이 한 가지 행동만으로도 사고는 충분히 설명되지만, 법원이 대표에게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한 이유는 더 깊은 데 있었습니다. 관리감독자를 형식적으로 선임했고, 외부 전문기관이 위험을 사전에 경고했음에도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① 방호장치 임의해제, ② 관리감독자 선임 의무 위반, ③ 전문기관 개선조치 무시 ④ 표준안전작업서의 중요성을 차례로 정리합니다.


20초의 틈을 노리다가 — 방호장치 임의해제가 부른 참사
다이캐스팅 안전문 리미트 스위치에 장갑을 꽂아 비활성화한 모습 — 방호장치 임의해제
안전문 리미트 스위치에 장갑을 꽂아 스위치가 항상 눌린 상태로 만들면, 문이 열려도 기계가 멈추지 않는다. 이 사고 현장에서 실제 있었던 방호장치 임의해제 방식을 재현한 모습. (AI 생성 이미지, 참고용)

다이캐스팅 주조기계에는 안전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금형이 닫혔다가 열릴 때 기계 내부에 손이나 신체가 들어가지 않도록 막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그 안전문에는 리미트 스위치(limit switch)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문이 열리는 순간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연동 장치입니다.

이 사업장에서는 리미트 스위치에 장갑을 꽂아 놓았습니다. 스위치가 눌린 상태를 흉내 내어 문이 열려도 기계가 멈추지 않게 만든 것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청소할 때마다 기계를 멈추면 불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공장의 다이캐스팅 기계는 금형이 열리고 닫히는 데 약 20초가 걸렸습니다. 작업자들은 금형이 열린 20초 동안 손을 넣어 잔여물을 청소했습니다. 판결문은 이를 “기계가 빠른지 사람이 빠른지 경주하는 행위”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짧은 틈을 견디지 못한 한 명의 근로자가 사고로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리미트 스위치는 제조업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크레인 과권상 방지 장치, 엘리베이터 최상층 멈춤 장치, 산업용 로봇 동작 범위 제한, 프레스 안전문 연동 등 모든 곳에서 물리적 이동 한계를 감지해 기계를 자동 정지시킵니다. 이 장치는 ‘귀찮다’고 무력화하는 순간 기계 안전 체계 전체가 무너집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80조는 동력으로 작동하는 모든 기계·기구에 위험 방지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방호장치가 설치되어 있어도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법 위반입니다. 더 나아가 방호장치를 임의로 해제한 사실을 관리자가 알고도 방치했다면, 그것은 단순한 법 위반을 넘어 책임 가중 요소가 됩니다.


관리감독자가 현장을 모른다면 — 선임 위반의 법적 의미
제조업 관리감독자 현장 점검 — 실제 작업 지휘자 선임 의무
관리감독자는 해당 작업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서류상 명패가 아니라 작업 전 안전점검·방호장치 확인·위험성평가 참여를 실제로 수행하는 현장 책임자여야 한다. (자료사진)

이 사업장은 다이캐스팅 주조 작업의 관리감독자를 주조팀장이 아니라 생산과 무관한 관리 부서 주임으로 선임했습니다. 주조 현장에 한 번도 가지 않는 사람이 현장의 관리감독자였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6조는 관리감독자를 “해당 작업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관리자”로 명시합니다. 법의 취지는 분명합니다.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사람이 안전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작업 지휘자인 주조팀장을 제쳐두고 관리 부서 주임을 형식적으로 선임한 것은 이 요건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입니다.

관리감독자의 역할은 단순한 명패가 아닙니다. 작업 전 안전 점검, 방호장치 작동 여부 확인, 위험성평가 참여, 안전 교육 실시, 작업장 정리정돈 관리 등이 모두 관리감독자의 실질 업무입니다. 현장에 없는 사람이 이 업무를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법원은 이 점을 위반 사항으로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형식적 선임으로 안전 관리 공백이 생겼고, 그 공백 속에서 방호장치 임의해제 관행이 묵인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질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서류상 선임 여부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기능하는지를 묻습니다.


알고도 조치하지 않으면 미필적 고의 — 전문기관 개선조치 무시의 대가
안전관리 전문기관 개선조치 보고서 검토 — 위험을 인식하고도 조치하지 않은 미필적 고의
안전관리 전문기관이 보고서로 위험을 지적했음에도 사업주가 조치하지 않으면, 법원은 이를 ‘미필적 고의’로 판단한다. 보고서를 받는 순간 사업주에게는 위험 인식 사실이 기록된다. (자료사진)

이 사업장이 받은 형량은 단순한 법 위반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징역 2년 실형이라는 비교적 무거운 형량이 선고된 결정적 이유는 알고도 조치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안전관리 전문기관에 안전관리 업무를 위탁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기관은 컨설팅 보고서를 통해 “다이캐스팅 기계 운전 중 청소 작업 시 끼임 발생 위험이 있으니 관리감독자가 출입을 통제하라”는 구체적인 개선 권고를 제출했습니다. 사업주는 그 보고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조치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를 미필적 고의로 판단했습니다. 미필적 고의란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 위험을 방치하는 심리 상태입니다. 고의로 해를 가하지는 않았어도, 위험을 인식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단순 과실과 다릅니다. 법원은 그 차이를 형량으로 보여줬습니다.

이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논리입니다. “몰랐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것은 물론, 전문기관이 위험을 경고했는데도 방치한 경우에는 “알고도 했다”는 판단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안전관리 전문기관의 개선 권고는 형식적인 보고서가 아닙니다. 그 보고서를 받는 순간, 사업주에게는 위험 인식 사실이 기록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관리 전문기관에 위탁한 사업주에게도 의무를 부과합니다. 전문기관이 점검 결과를 보고하면 사업주는 그에 따른 필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위탁했다고 해서 사업주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표준안전작업서가 사람을 살린다 — 비정형 작업 관리의 실제
표준안전작업서를 함께 검토하는 제조업 작업자들 — 비정형 작업 안전관리 절차 문서화
표준안전작업서(SOP)는 작업 단계별 위험 요소와 안전 조치를 미리 문서화한 시공 지침이다. 정비·청소처럼 기계를 멈추고 작업해야 하는 경우 LOTO 절차 포함이 필수다. (AI 생성 이미지, 참고용)

이번 판례의 시사점을 집약하면 하나입니다. 표준안전작업서가 있었다면 이 사고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금형 청소는 비정형 작업입니다. 그리고 비정형 작업일수록 표준화된 절차가 필요합니다.

표준안전작업서에는 다음 내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 작업명과 작업 범위
  • 작업 순서 (단계별 행동 절차)
  • 각 단계별 위험 요소와 안전 조치
  • 필요한 개인보호구 종류와 착용 방법
  • 비상 시 조치 절차
  • 작업 전·중·후 체크리스트

특히 정비·청소처럼 기계를 멈추고 작업해야 하는 경우에는 LOTO(Lock-Out Tag-Out) 절차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멈추고 잠그고 확인하고 시작한다”는 이 원칙이 작업서에 명시되어 있고, 관리감독자가 이를 실제로 점검한다면 리미트 스위치에 장갑을 꽂는 행위는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사람과안전이 컨설팅 과정에서 만난 한 대기업 계열 협력사는 직원 20~30명 규모였지만, 단순 청소 업무 하나하나에 대해 작업 동작별 사진, 안전보호구 착용 방법, 안전조치 체크리스트를 갖춘 표준안전작업서가 완비되어 있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부터 그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사업장 내 모든 작업을 한꺼번에 문서화하기 어렵다면, 먼저 끼임·협착·추락·밀폐공간 질식 등 고위험 작업 10개를 선정해 표준안전작업서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십시오. 위험성 평가와 연계해 주기적으로 갱신하고, 관리감독자가 실제 현장에서 그 내용을 교육하고 점검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대재해 예방의 출발점입니다.

다음 편은 시리즈 마지막입니다. 제조·물류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장비 — 지게차의 충돌사고를 다룹니다. 한 사고에서 6가지 위반 원인이 동시에 인정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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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한창현 | 사람과안전 기술지도법인 대표 · 산업안전지도사 · 공인노무사
중대재해 예방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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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사례 ④] 지게차 충돌사고 판례 해설 | 중처법 위반 6가지 원인 분석